사제의 공간

선거일을 앞두고...

松竹/김철이 2020. 4. 15. 11:00

선거일을 앞두고...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2020년 4월 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어쩌면 즐거운 선거를 한 번쯤 교우들과 함께 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새해의 예상은 허무하게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몇 번이고 사람들에게 이 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하고 준비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생기는 통에 이 그림 하나만 건진 듯 싶습니다. 




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공동체를 사회라고 한다면 그 사회에는 살아가는 방식이 존재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살면서 규칙이라는 것이 만들어집니다.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 기본이 되는 기준이 되는 이 규칙은 '법'이라는 딱딱한 모양새를 갖추는데 어떤 시기에는 누군가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모든 이를 다스리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하며 정해지는 살아있고 움직이는 모습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이 법의 주인이고 법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나라는 이 법에 의해 국민을 보호하고 살 수 있도록 지켜야 합니다. 그 법은 지금도 무수히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반영해야 하므로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은 이 법을 만드는 이들입니다. 법을 만든다는 말은 어떤 규칙을 만들어 사람들을 구속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법을 만들 사람을 뽑아 세운다는 것은 우리의 의견과 뜻을 가장 잘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을 일정 기간 세워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을 만드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가 선거입니다. 그것도 직접 사람을 선택해서 하는 일입니다. 




18세가 된 이들부터 선거권이 주어집니다. 민주주의는 이 투표를 할 수 있는 사람들 때문에 생겨난 것이고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시민이라는 것조차 사회를 결정할 수 있는 이 권리를 가진 이들에게만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선거는 취향보다 자신의 인격에 비추어 이루어져야 합니다. 세상의 가치를 세우고 그 가치에 가장 가까운 이에게 한 표를 던져야 합니다. 자유를 말하며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의 선택을 받은 이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그리스도인도 이 선택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종교 생활이라고 말하면 성당에 나가고 기도하고 하는 거룩한 일들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입니다. 신앙생활은 우리가 먹고 자고 하는 시간 모두를 포함합니다. 하느님께 바쳐진 시간이 아니라 우리의 시간이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왔기에 우리의 모든 시간이 곧 신앙생활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사회생활이 거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회를 살아감에 있어서 그리스도가 가르쳐주신 기준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을 교회는 공동선과 보조성, 그리고 연대성이라는 큰 틀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방법들도 가르칩니다. 우리의 선택은 이 기준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모습을 닮아있음을 아는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이의 인격이 하느님의 선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길을 걷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 거기에 최대한 근사치로 합의하는 사회의 공동선보다 더 나아가 하느님이 가르치신 그 사랑의 기준을 지켜 살고자 하는 사람인지 살펴야 합니다. 공동선은 잘사는 이가 베푸는 은전으로 가난한 이도 함께 잘 살아지는 이치가 아닙니다. 가장 가난하고 어려운 인생을 우선적으로 살피고 누구도 가난을 겪지 않도록 마음과 지혜를 가진 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연히 모든 이가 가진 각자의 자리를 존중하고 서로가 자기 개발과 자기 성취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자세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곧 자신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존중받고 함께 살 수 있도록 살피고 도울 수 있는 협조자요 보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은 동등하며 어떤 처지에 있든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람을 존중하는 연대성을 지닌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권력과 권리가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알고 책임과 의무에 더 큰 무게를 지닌 사람이어야 사람을 존귀하게 대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실리는 것이 공약입니다. 그리고 그가 함께 이 일을 하고자 힘을 모은 이들이 바로 '당'일 겁니다. 누구에게, 또 어떤 당에 한 표를 행사하시든 꼭 하시기 바라고 이 일이 누구를 죽이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하는 일임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이들은 세상은 '순리대로 흘러간다'라고 말하고 또 어떤 이들은 '하느님의 뜻대로'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분명 사람에게 맡겨졌고 사람들은 그 때마다 서로의 힘을 모아 부족함을 메워가며 함께 살아갔습니다. 우리의 자유로운 선택이 하느님의 뜻에 가까우려면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신 하느님의 마음으로 결정을 해야 합니다. 




세상에 자신이 순리라고 말하며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한 이들도 많았고, 또 그런 무리들도 있었습니다. 좋은 것을 말했으나 그 방식은 폭력적인 이들도 있었고 심지어 이긴자가 모든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버린 시대도 우리는 겪었습니다. 누가 부자가 되고 힘이 세어지면 은전을 베푸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에게 마음에 드는 이에게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해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곧 그리스도를 닮은 이를 그리스도를 닮은 이가 선택하는 선거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일 뽑힘 앞에 선 모든 이들에게 축복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선택할 모든 이들을 또한 축복합니다. 




누구는 미래에, 또 누구는 현재에, 그리고 어떤 이들은 과거에 투표합니다.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움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