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친정엄마가 캔 봄 쑥 한 바구니(사회적 사랑의 거리6)

松竹/김철이 2020. 3. 31. 00:02

친정엄마가 캔 봄 쑥 한 바구니(사회적 사랑의 거리6)


꽃샘추위.
코로나를 피해 아이들과 친정으로 향했다.
추운 줄 알면서도 칠십 넘은 친정 엄마에게 봄나물을 캐러 가자고
조르는 사십 넘은 딸. 운동 부족으로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등을 밀어주며 그렇게 도착한 산. 한 줌이나 캤을까.

친정엄마를 남겨둔채 아이들과 주변을 걷기로 했다.
봄바람이 차지만 신나고 좋다. 한참을 걷다 너무 추워
엄마를 데리러 갔다. 쑥을 한 바구니 꾹꾹 눌러 담아 흘러넘치게
캐 놓은 울엄마. 딸래미 가져가라고 손가락 시려 굳어지면서까지
그렇게 묵묵히 캐셨나 보다. 말벗이 되어드렸더라면 추위를 덜
느끼셨을 텐데... 이렇게 사십 넘은 딸은 오늘도 이산 저산
뛰어다니며 철부지처럼 놀고만 왔다.  

코빨간 내 얼굴을 보며 감기 걸릴까
걱정하는 노인네의 손이 차갑다. 내 양쪽 주머니 하나는
엄마손을, 하나는 딸아이의 손을 넣고 서둘러 내려왔다.
엄마의 정성과 사랑의 향이 묻어나는 쑥을
이른봄 넘치게 담아온다.
-초록빛깔 박지숙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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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는 철칙입니다.
우리 모두가 반드시 지켜야 할 중앙선입니다.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으면 자기도 남도 위태로워집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거리', '사랑의 거리'는
더 가까워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행여라도 모자라거나 놓쳤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됩니다.

모처럼 친정엄마를 찾아가 봄나물을 캐는 시간을 통해
칠십 넘은 어머니와 교감하고 정을 나누고, 이렇게
'사회적 사랑의 거리' 운동의 좋은 글을 올려주신
박지숙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출처 : 고도원의 아침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