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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대책인 추경예산도, ‘코로나 기본소득’도 답이 아니다

松竹/김철이 2020. 3. 7. 21:03
거꾸로 대책인 추경예산도, ‘코로나 기본소득’도 답이 아니다
11조 규모의 추경예산안, ‘돈 쓸 수 있는 사람’ 위한 혜택이 대부분
긴급복지지원제도 활용해 지원하고 공공서비스 확충에 힘써야
등록일 [ 2020년03월07일 14시17분 ]

11조 규모의 추경예산을 정부가 제안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경제 상황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데, 정작 실제 내용은 의아하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승용차 소비세 감면,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액 환급, 문화시설 입장료 할인처럼 돈 쓸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혜택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돈을 애초에 쓸 수 없는 사람들은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외의 정책은 건물주나 고용주를 지원하는 정책이거나 대출정책이다. 신혼부부 전세임대 확대, 소상공인 지원도 모두 ‘대출’ 정책이다. 이는 이전에 반복해 온 경기부양책과 딱히 차이를 찾을 수 없을뿐더러 당면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비껴간다.


직접지원정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지역상품권 발급 계획뿐이다. 500만 명에게 4개월간 2조의 예산으로 지급한다 하니 한 사람당 평균 10만 원꼴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아동수당 수급자, 노인 일자리 참여자에게 지급된다고 한다. 현재 복지수급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위기를 겪는 이들에 비하면 너무 적은 규모다.

 

지난 3월 1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 경제위기에 재난국민소득을 50만 원씩 어려운 국민들에게 지급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라는 목소리가 보수여야당, 진보정당과 심지어 기업인의 입을 통해서도 나오고 있다. 제안의 내용은 다양하다. 미래당은 7백만 명에게 50만 원을, 시대전환은 1400만 명에게 2개월간 30만 원을, 기본소득당은 전 국민에게 10일간의 휴가와 30만 원을 제안했다. 기업인 이재웅 쏘카 대표는 2천만 명에게 50만 원을 제안했다. 모두가 한목소리로 재난 기본소득을 제안하는 이유는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복지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사회의 복지제도는 사각지대가 너무 많으며 낙인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그 두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제안된 각각의 계획은 모두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없다. 기본소득의 기본 원칙은 무조건성을 통한 보편성, 그리고 충분성이다. 현재 기본소득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제안은 재난 시기 일시적 현금수당으로 보아야 옳고, ‘기본소득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은 모든 직접 현금수당이 갖는 장점일 뿐이다. 무엇보다 정부 추경안의 한계와 직접지원의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이 최고의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만약 기본소득이 어떤 형태로든 시행된다면 예산의 대부분을 사용하게 되어 현재 필요한 다른 어떤 조치보다 우선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당장 소득이 사라진 사람들의 상황과, 재난 시에 ‘특수한 요구’가 있는 사람들의 상황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현재 소득을 직접 현금으로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주거급여나 긴급복지지원제도의 경우 선정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현재와 같은 시기에 무용할 지경에 이른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기준조차 여전히 폐지하지 않았으며, 복잡한 재산과 소득기준으로 인해 지금 같은 시기에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긴급복지지원제도는 부양의무자기준이 없고, 선정기준이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역시 너무 낮다. 재산기준이 대도시 1억 8800만 원, 중소도시 1억 1800만 원, 농어촌 1억 100만 원 이하, 금융재산은 500만 원 이하다. 집 보증금, 약간의 저축이나 예금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함되지 못한다.

 

재난 시 위기계층은 단 1~2주, 한 달이나 두 달 사이에 급격한 경제 하락을 겪게 된다. 이런 하락을 겪으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오기 무척 어렵다는 것이 ‘위기’의 진짜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상황에서 소득을 잃은 사람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원래 생활과 위기상황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것, 이를 통해 회복할 수 없는 위험(고리의 대출, 치명적인 건강손상, 보증금을 빼 더 높은 월세/불안정한 공간으로 거주이동 등)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니 재난 시기를 맞아 일시적으로 재산기준을 없애고 소득을 상실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긴급복지지원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어떨까. 현재 긴급복지지원제도의 생계급여는 1개월의 선지원과 연장을 통해 최장 6개월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1인 가구 45만 원, 2인 가구 77만 원, 4인 가구의 경우 123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월세 연체가 발생하는 경우 주거비에 대한 지원(1·2인 가구 대도시 기준 38만 원), 3백만 원의 긴급의료비 지원도 긴급복지지원제도에 포함된다.

 

기본소득은 분배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불평등한 사람들에게 ‘같은 금액의 현금 지급’은 결코 평등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많은 요구를 가진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돈이 아니라 더 높은 질의 공공서비스를 제한 없이 보장받는 것, 경쟁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사회서비스를 누리는 것, 돈 없이도 안전과 건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충분한 양질의 공공서비스 없이 제공되는 기본소득은 평등보다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지금 현재 필요한 것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어 해고되거나 코로나19 시기 소득이 중단된 사람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 사람을 시설에 가두어 놓은 시간을 반성하고 탈시설에 나서는 것, 가난한 이들도 장애인도 충분히 의료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 복지관이나 공중시설이 문을 닫으면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지난 자리, 더 깊은 불평등과 좌절만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beminor@beminor.com



출처:비마이너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