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살아요

무식이 유죄

松竹/김철이 2020. 2. 11. 08:42

무식이 유죄


                                            김철이


감나무골에 사는 삼돌이가 반찬 투정을 부리다가

호랑이 같은 성품의 아버지께 심한 꾸중을 들었다.

야단을 맞고 돌아서 생각하니 자신이 아버지께

그렇게 심한 야단을 맞을 만큼의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삼돌이는 분하고 억울했다.

해서 단식투쟁을 벌일 심사로

자기 집 앞마당에 심어놓았던 가장 큰 감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어머니가

위험하니 제발 감나무에서 내려오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애타는 심정을 못 본 채 한 삼돌이는

좀 채 감나무에서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아들 때문에 마음속으로 좀을 볶고 있을 때였다.


마을 인근 성당에서 사목하고 계시던 신부님이 산책을 하시다

적지 않은 소란이 일고 있는 광경을 보시고 가던 발걸음을 멈추셨다.

자매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이고! 신부님!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삼돌이 어머니로부터 사건의 자초지종을 전해 들으신 신부님이

감나무에 오른 삼돌이를 올려다보며 설득하기 시작했다.

신부님의 얼레고 달래는 설득에도 삼돌이는 막무가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얘야! 내려와 그런다고 천당 가는 거 아냐

누가 천당 가고 싶데요!”

남의 일 참견 마시고 가던 길이나 가세요.

삼돌이 너, 신부님께 그게 무슨 버릇없는, 말버릇이야

자매님! 괜찮습니다. 그보다 삼돌이가 감나무에서 내려오질 않으니 걱정이군요.

그런다고 해서 제가 내려갈 줄 아세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는 속담도 모르시나 봐,”

그러실수록 저는 더 높은 가지로 올라갈 걸요.

이렇게


삼돌이는 어머니와 신부님의 행동을 비웃듯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는 것처럼 걸터앉아있던 감나무 가지에서 발을 옮겨

감나무 가지 중 가장 높은 가지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보기만 하여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덜컥 겁이 난 신부님은 성호경을 그으시며 기도를 하시곤 성당으로 돌아가시려고 돌아섰고

어머니는 안절부절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신부님이 그렇게 애걸복걸 내려오라고 해도 요지부동 들은 척도 하지 않던 삼돌이가

신부님의 그림자가 사립문 밖도 나서기 전에 감나무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어리둥절한 어머니가 영문을 물으니

삼돌이 왈!!

신부님이 감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감나무를 몽땅 베어버린다고 하시니

감나무 위에 그대로 있다간

그야말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져 감 떡이 되겠다는 걸 어떡해.


신부님이 언제 그런 말씀 하셨니?”

엄마도 참! 무식하게 시리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단 말이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이 있잖아

신부님이 어떤 행동을 하셨는데?”

사람이 눈치가 빠르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도 몰라? 엄마는

신부님이 보이셨던 행동을 따라 해 보일 테니

엄마! 잘 봐요


먼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하셨거든

그래 그러셨지.

성부와 하셨을 때 손으로 이마를 찍었는데

이 뜻은

감나무 가장 높은 가지 위에 있는 나를 가르치며 내려오지 않으면

감나무를 세로로 잘라버리시겠다는 것이고

성자와 라고 하시며 가슴을 찍으셨는데

이 뜻은

삼돌이 네가 감나무에서 떨어지면 다칠 것이고 그러면 엄마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냐는 것이지.


그럼, 성령의 이름으로 하시며 손을 옆으로 그으셨는데 그 뜻은 뭐니?”

~ 그 건 이런 거지.

“?”

.

.

.

.

.

.

.

.

.

삼돌이 네가 끝까지 내려오지 않고 버틴다면

안됐지만 하는 수 없이 감나무를 통째 가로로 베어버리겠다는 뜻이지.

신부님이 그렇게 큰 공갈 협박을 하시는데

내려오지 않고 버틸 사람 누가 있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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