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희생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 혹은 악담/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19. 16:23

희생하는 이들을 위한 위로 혹은 악담



본당의 사목회를 구성하는 시기에 피로를 호소하며 그만두기를 청하는 이들을 봅니다. 사목현장이 본당이 아닌 경우 이런 이들의 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 '그만 두십시오'라는 말로 잘라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내가 사목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그 일이 힘들고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일을 벗게 해 주는 것이 우선 해야 할 일입니다.


사목은 어려워질테고 그만한 인재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선택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그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이므로 현재도 또 당분간 미래에도 그만한 사람은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을 혹사에 가까운 '희생'으로 여기는 이에게 그 일을 계속 맡기는 것은 한 신자를 본인에게도 공동체에게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만약 그가 힘겨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그 인정은 그의 일이 이미 하느님과 공동체를 위한 일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음을 말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자존감으로 자신의 일에서 권력을 가지게 되고, 공동체는 그를 무서워하거나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일로 이어집니다.


그렇지 않다면 쉬게 해 주어야 합니다. 성전의 모든 일은 주님이 하시는 일이어서 누가 하더라도 그 일을 완성하시는 것은 주님이십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모두는 그 서툰 시작이 있었습니다. 성전에서 일하는 사람, 혹은 사목회, 제단체, 신심단체에서 일하는 이들은 모두 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지쳐 힘들고, 그래서 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면 그 때는 스스로 그냥 그만두어야 합니다. 사목자나 누군가가 잡는다고 해서 그 일을 유지한다면 그것은 본인에게 가장 해로운 일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