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똑같은 잣대는 때로 이중적인 판단의 이유입니다./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19. 16:19

똑같은 잣대는 때로 이중적인 판단의 이유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은 서로 관계를 이루고 살고 그것을 우리는 '사회'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는 많은 가치들을 공유하거나 나누곤 합니다.


그 속에 '죄'라는 반갑지 않은, 그러나 생각보다 훨씬 친밀한 녀석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죄'를 기준으로 세상을 산다고 말해도 될 만큼 가깝게 살아갑니다. 죄가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으로 의로움을 말하기도 하고, 죄인으로 사람을 몰아가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이런 우리의 모습을 정확히 알고 계셨고 이런 문제가 '없을 수는 없는' 연결고리로 묶여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방법이 틀렸음을 지적하십니다.


우리는 죄를 싫어하면서 그래서 남을 더 증오하듯 미워하지만, 예수님은 오히려 그 잣대로 나에게는 엄격하게 또 다른 이에게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기준은 잘못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것에는 이중적인 것이 우리를 '죄'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라는 것입니다. 이를 깨닫고 바른 방향으로 삶의 자세를 잡는 것은 그야말로 산이 바다에 심겨지는 회개를 뜻합니다.


11월 11일. 거꾸로 해도 11과 11일인 날. 우리에게 전해지는 선물인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