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성전은 하느님의 집인가? 빈집인가?/정호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19. 11. 19. 16:06

성전은 하느님의 집인가? 빈집인가?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 그분의 손짓에 날아간 돈과 짐승은 하느님께 바쳐질 예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그 모든 것을 치워버리려 하십니다.


그 모든 것은 성전을 꾸미고 성전에서 일하는 이들의 양식이 되었으며 좀 더 좋은 것, 비싼 것으로 이루어진 좋은 것들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바쳐질 것이니 더욱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하느님에 비친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자신을 위해 바쳐진 예물은 하느님이 아닌 자신들을 위한 것이었고 그것으로 삶을 영위하는 이들을 위한 재물이었습니다.


결국 성전을 정화하던 성전의 주인은 쫓겨나 산 위에 십자가에 한자리를 얻었습니다. 죄인이라는 모욕은 기도와 찬미 대신이었습니다. 그렇게 성전은 비었고 하느님은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 때문에 세워진 성전에 우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성전이 비어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듭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중인데도 말입니다.


이 커다란 장사치의 바위에 이런 생각이 무슨 소용일까 싶지만... 그래도부딪히는 용기 정도는 가져야 할 때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