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편지
松竹/김철이
사모한다는 한마디 말 대신에
잘 영근 석류 한 송이 펼쳐 드릴까 하오.
가슴에 새긴다는 두 마디 말 대신에
계절에 수줍은 홍시 한 알 바치고
축원한다는 거치래 표현 대신에
시월의 추억으로 남을 탱자 향기로 드리려 하오.
높푸른 시절의 하늘이 켜켜이 포개져서
한층 더 해맑아진
이 내 마음에 단풍 물 고이 들이고
한층 더 온화해진 이 내 마음을
우표 한 장 흔적없이 전할 테니
이 계절에 뜨거워진 온기만 받아 가시구려
부질없는 세상일로 서먹해진 이들 사이
마음의 벽을 허물고
마음마다 건너다닐 정의 오작교를 놓으니
이 시절을 맞은 마음들이
하나둘 친숙한 벗으로 남을 것만 같은
시월의 어느 고운 가을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