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겨울밤에

松竹/김철이 2018. 1. 22. 14:43

겨울밤에


                         松竹/김철이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에

시절의 하얀 정이 새록새록 쌓여가고
건넛방 악동들 재잘거리는 수다는

길게 드리워진 밤의 그림자 걷어 올릴 듯하다.


어머니 고생의 꼬리가 길어

밤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잰걸음으로 새벽을 향하니

게으른 첫닭은 하품을 흘리고

길잃은 귀뚜라미 목쉰 울음에

늦잠 든 똥개는 애꿎은 댓돌만 두들긴다.


계절의 첫 손님 방문을 알리는 듯

어설프게 쌓인 눈 위로

게걸스런 밤 까치 까칠한 발자국이 무늬만 선명하고

외면당한 까치밥은 나무 밑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심술궂은 된바람 몇 자락

구멍 난 동창을 제멋대로 들락날락

어미 품에 곤히 잠든 젖먹이 코끝에 매달린 콧방울

터널을 달리는 상 하행선 열차와 같고

찹쌀떡 장수 외치는 소리 때 이른 고드름으로 매달린다.

 

'松竹일반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밋빛 향기로   (0) 2018.05.31
  (0) 2018.03.27
새야 새야 파랑새야  (0) 2018.01.18
시월의 편지  (0) 2018.01.16
옛 시인의 노래   (0) 2018.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