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에
松竹/김철이
어둠이 짙게 깔린 창밖에
시절의 하얀 정이 새록새록 쌓여가고
건넛방 악동들 재잘거리는 수다는
길게 드리워진 밤의 그림자 걷어 올릴 듯하다.
어머니 고생의 꼬리가 길어
밤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잰걸음으로 새벽을 향하니
게으른 첫닭은 하품을 흘리고
길잃은 귀뚜라미 목쉰 울음에
늦잠 든 똥개는 애꿎은 댓돌만 두들긴다.
계절의 첫 손님 방문을 알리는 듯
어설프게 쌓인 눈 위로
게걸스런 밤 까치 까칠한 발자국이 무늬만 선명하고
외면당한 까치밥은 나무 밑에 철퍼덕 주저앉는다.
심술궂은 된바람 몇 자락
구멍 난 동창을 제멋대로 들락날락
어미 품에 곤히 잠든 젖먹이 코끝에 매달린 콧방울
터널을 달리는 상 하행선 열차와 같고
찹쌀떡 장수 외치는 소리 때 이른 고드름으로 매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