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松竹 김철이
가슴앓이 석 달여
숱한 외로움을 불살라 올릴 심사인가
산기슭 굽이마다
진달래 붉은 꽃불이 붙는다
무엇이 그리도 노하게 했을까
강제 수용소 같은 물웅덩이에 갇혀
무자비한 동장군 칼춤에 떨며
일심동체 한 몸으로 자유를 갈망하던 물방울들이
시절을 흔들어 깨우는 종다리 울음에
민주화 바람이라도 분 것인지
골골 되며 도랑물 물살을 탄다
겨우내 혹한에 시달린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복수초 화려한 자태는
길손들 시야를 송두리째 빼앗으려 드는데
가녀린 바람꽃 몸짓은
오히려 너무나 화려한 시절을 동정하듯
흰 고개를 숙인다
추웠던 계절을 한풀이할 속셈인지
시절에 머무는 발걸음 우후죽순
남몰래 지어 가슴에 새긴 사연들은 수를 더해 가고
봄 타령은 영원히 우리 영혼을 쟁여 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