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松竹/김철이 2018. 3. 27. 10:21


                             松竹 김철이


가슴앓이 석 달여

숱한 외로움을 불살라 올릴 심사인가

산기슭 굽이마다

진달래 붉은 꽃불이 붙는다

 

무엇이 그리도 노하게 했을까

강제 수용소 같은 물웅덩이에 갇혀

무자비한 동장군 칼춤에 떨며

일심동체 한 몸으로 자유를 갈망하던 물방울들이

시절을 흔들어 깨우는 종다리 울음에

민주화 바람이라도 분 것인지

골골 되며 도랑물 물살을 탄다

 

겨우내 혹한에 시달린 복수라도 하려는 걸까

복수초 화려한 자태는

길손들 시야를 송두리째 빼앗으려 드는데

가녀린 바람꽃 몸짓은

오히려 너무나 화려한 시절을 동정하듯

흰 고개를 숙인다

 

추웠던 계절을 한풀이할 속셈인지

시절에 머무는 발걸음 우후죽순

남몰래 지어 가슴에 새긴 사연들은 수를 더해 가고

봄 타령은 영원히 우리 영혼을 쟁여 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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