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松竹/김철이
아픔이 많은 넋의 흔적이던가
핏빛의 춤사위 온 거리에
갈팡질팡 술 취한 주정뱅이 같다.
부축해 주는 사람도 없는데
한 해를 동고동락
고운 정 미운 정 다 들여놓고
현신도 없는 한낱 바람 몇 자락에
전신을 통째 맡기려니
흐려 져가는 앞을 가려서일까
지난날의 애환들이 못내 아쉽다.
자식들에게 제 살마저 다 파먹게 하고
빈 껍질로 강물 위에 떠다니는 어미 우렁이처럼
몸은 종이쪽이지만
떠나갈 심정은 무겁기 한이 없으니
말라 비틀어진 가지 끝에
이리저리 매달려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