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초상화
松竹/김철이
하늘의 축복이련가
배부른 만추(晩秋)로
뭇사람 얼굴엔 개기름이 흐르고
텃새는 둥지에 자는데
추수를 끝낸 들녘은
분주하던 일손을 놓고
상문(喪門) 받을 채비로
머리에 묶을 지푸라기 수집을 한다.
시절은 선로 없는 열차를 타고
석 달 열흘 여정(旅程)의 여행을 가니
빈자리 메꿔줄 상주는
이승 떠나갈 객들 벗이 되어줄 철새를 부르더라
잔인하기도 하여라
이별하는 서러움 태산과도 같은데
하늘나라 베틀 빌려 온 세상 상복(喪服) 지어 입히는
그 얄궂은 이름은 겨울이라 하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