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계사년 뱀 해에 뱀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 해봄세

松竹/김철이 2015. 3. 2. 15:51

계사년 뱀 해에 뱀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 해봄세

 

 

 원래 뱀은 용과 함께 인간의 신앙적 숭배 동물이었다. 12수 호신으로 보면 여섯 번째로서 용(辰) 다음이 뱀(巳)이다. '사(巳)'에는' 식물이 싹이 터서 한참 자란 시기' 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달로는 식물이 한창 자라는 때인 음력 4월을 가리키고 시간은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를 말한다. 뱀은 영특한 동물이고 사람에게 먼저 해를 끼치지 않는다. 뱀은 용과 함께 영험한 힘을 가진 것으로 되어 있어 죽이거나 잡아먹어서는 안되는 것이라 하는데 현대인들은 뱀이 주원료가 되는 뱀탕을 최고의 보양식으로 손꼽기도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을 지닌 사람은 물론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은 사람이 사는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에덴동산에서 뱀이 화와를 유혹하여 선악과를 따먹게 했기 때문으로 뱀은 악의 상징으로 알려져 내려왔고 뱀과 여인은 앙숙의 처지로 널리 알려져 내려왔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미물(微物)에 속하는 뱀도 깊은 산과 으슥한 들에서 남성을 만났을 땐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기 바쁜데 반면에 여성을 만났을 땐 달아나도 눈치를 살피며 비교적 천천히 달아나며 급변하여 여성에게 달려들기까지 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는 실 예도 많다고 한다. 철점사, 까치 살모사, 불독사 등 모든 생명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독을 지닌 세 종의 뱀과 반대로 무독성 뱀인 먹구렁이, 황구렁이, 능사, 화사, 석화사, 실사, 수사, 기름사 여덟 종의 뱀이 우리나라에 둥지를 틀고 서식하는 뱀이다. 어찌 이뿐이겠는가 이름도 다 외우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뱀이 이 지구 상에 우리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 서식하는 뱀의 종류가 무려 삼천 종이나 된다고 하는데 뱀의 종류만 많은 게 아니라 실화든 내려오는 속설이든 뱀에 얽힌 이야기는 참으로 많기도 하다. 계사년 뱀 해를 맞아 세상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여 오해하고 있는 뱀에 대하여 재조명하고 올바른 지식으로 뱀을 제대로 알자는 뜻에서 뱀(蛇)해인 계사년 뱀에 얽힌 이야기 몇 자락 들어보기로 하는데,

 

대를 이어 입소문에 귀를 기울여보면 뱀은 예로부터 혐오감과 호기심이 함께 얽혀있는 존재였다. 뱀은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한때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성장할 때 허물을 벗는다. 이는 죽음으로부터 매번 재생하는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불사(不死) . 재생(再生) . 영생(永生)의 상징으로 여겨져 내려왔다. 뱀은 또한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기도 했다. 업신(業神)으로서 뱀은 '업' '지킴이' 또는 '집 구렁이'라 하여 가옥의 가장 밑바닥에 살면서 집을 지키는 신격(神格) 이다. 흔히 집안 살림은 업신의 덕이나 복으로 늘어가는 것으로 믿고 소중히 여겼다. 보통 집안에서 업신이 사람의 눈에 띄거나 밖으로 나가면 가정의 운수와 가옥의 수명이 다 된 것으로 생각한다. 뱀은 서로의 몸을 휘감고 머리를 마주하며 사랑을 나눈다. 그 모습이 고구려 삼실총의 교사도(交蛇圖) 중국의 '복희여와도(伏羲女渦圖) 와 매우 닮았다. 삼실총의 교사도에는 S자로 마주 보며 얽혀있는 두 마리의 뱀이 그려져 있다. 이 두 마리의 뱀은 서로 꼬리를 휘감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배 부분에서 떨어졌다가 다시 가슴 부분이 얽혀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런 모습은 천지개벽 · 생명탄생 ·  문화창조 등의 위업을 수행한 복희 · 여와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사람들은 혀를 통해 말을 한다. '세 치 혀'로 수다를 떨고, 유혹하고 이간질하고 숱한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세 치 혀를 날름거려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사람은 뱀의 혀 날름거림을 유혹의 사탄 · 이간질 · 수다의 대명사로 오해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뱀은 혀를 날름거림으로써 냄새를 맡을 뿐이다. 뱀은 다리가 없다. 쓸데 없는 일을 사족(蛇足)이라 한다. 뱀은 다리가 없어서 멀리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뱀 날(巳日) 은 다리 없는 동물 말이라 하여 다리에 탈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람도 멀리 다니지 않았다. 이처럼 그 옛날 우리 조상은 뱀을 가까이하는 생활습성을 길러 살아왔음을 능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체험했던 뱀에 얽힌 실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내 나이 세 살 때였다. 몇 시간째 부모님께서 부엌에서 들어오실 생각을 하지 않는데 초겨울 찬바람을 타고 부엌문 사이로 구수한 닭고기 삶는 냄새와 흡사한 냄새가 철부지의 후각을 무자비하게 자극하는 것이었다. 참다못한 나는 모친께 삶은 닭고기 내놓으라고 오복 조르듯 마구 졸라댔고 설익은 고깃국을 방으로 들고 들어오신 어머니, 많이 먹으렴 하시며 나의 입에 고깃국을 떠넣어 주셨다. 어머니 눈에 맺힌 이슬의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생애 가장 맛있는 고깃국을 먹은 듯싶다. 먼 훗날 알게 된 사실이었는데 가난한 살림살이에 병약한 둘째 아들에게 몸보신을 시켜주지 못했던 양친은 궁여지책으로 몸보신에 최고의 보양식으로 알려진 뱀 보신을 시켜주려고 부친께서 친히 땅꾼을 자청하시어 깊고 험준한 산으로 들어가 백사를 비롯해 비교적 큰 뱀 몇 마리를 잡아오셨다는 것이었다. 몇 번을 되새김질하여 생각해도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건강하고 오래 살려는 요즈음 이 시대 사람들이야 오래도록 살며 부귀와 영화를 다 누리고 싶은 욕망 때문에 어차피 썩어 없어질 몸에 좋다는 것은 물, 불, 가리지 않고 뱀을 위시해서 살아있는 곰의 쓸개, 민물 자라, 심지어 개미까지도 서슴지 않고 마구 잡아먹는 파렴치한 시대의 일원으로 몸보신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몸보신의 체험을 진하게 해본 셈이다.

 

 두 번째 이야기는 내 나이 여섯 살 때의 일이다. 해 질 녘 어머니는 저녁 밥을 짓느라 한참 분주하셨고 현관 마루 끝에 앉아 놀던 나는 순간적으로 마루 밑에서 무엇인가 기어나와 밖으로 나갔다는 것을 느끼고 손으로 눈을 닦으며 현관 밖을 내다보니 어린아이 시야에 엄청나게 큰 뱀이 우리 집과 옆집 사이에 놓여있던 철조망 담장 밑을 기어 유유히 옆집을 향해 넓적한 배로 기어가는 것이 아닌가 순간 자리끼가 얼어붙을 추위의 겨울이었는데 이마에 식은땀이 절로 흘러내렸으며 외마디 비명 다지르며 엄마! 엄마! 어머니가 숨이 넘어가는 듯이 몇 마디 말을 앞장세워 두 무릎걸음으로 단숨에 어머니께로 달려갔고 자초지종을 들으신 어머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우리 집은 지은 지 오래됐고 우리 집을 지키시던 업신(業神)이 네가 놀아주지 않으니 무료하여 저녁마실 가셨나 보네… 철아! 걱정하지 마! 바람쐐고 돌아오실 거야” 상상만 하여도 징그럽고 진땀이 등골을 미끄럼 삼아 타고 내릴 그 구렁이가 다시 돌아온다니 내 또래의 어머니 말씀은 곱씹을수록 아리송했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내 나이 일곱 살 때의 일이다. 세 살 터울 위의 형님이 낮에 친구들과 놀면서 누가 가장 담(膽)이 큰가 하는 내기를 했었고 그 내기의 하나로 실뱀 한 마리를 잡아 돌아가며 하룻밤을 자기네 집에서 동고동락하는 것이었다. 그 내기의 1번 타자로 뽑혔던 형님은 실뱀을 철필 통속에 숨겨 가족들 몰래 집으로 반입하는 데까지는 차질없이 성공했으나 초저녁에 숙제하느라 필통 뚜껑을 열어놓은 것을 까맣게 잊은 채 잠자리에 들었고 대자연 너른 벌판에서 자유를 누리다 개구쟁이에게 생포 당해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던 실뱀은 녹슨 철필 통속에 갇혀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는 신세로 전락했었는데 야무지지 못한 필통 주인이 허술하게 닫아놓았던 뚜껑 틈으로 밤새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여 필통 밖으로 나오는 데까지는 성공하였으나 한참 잠자리 몸부림을 많이 칠 세 명의 개구쟁이를 비롯하여 다섯 명의 식구가 한 방에 다 함께 잤던 통에 밖으로 빠져나갈 출구를 찾지 못하고 가장 만만하게 보였던지 천지도 모르고 자고 있던 누이동생의 베갯잇 속으로 숨어들었고 때마침 소변을 보러 일어났던 누이동생의 눈에 발각되었으며 아버지께서 어떻게 집안까지 들어와 온 가족이 잠자는 안방까지 들어오게 된 것인지 아무리 여제를 캐물어도 형님과 나만 입 다물면 말 못하는 미물인지라 실뱀의 속마음만 숯검정이 되었을 터 재판관이셨고 그 사건의 담당형사셨던 부친도 고인이 되신지 오래고 그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었던 형님도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났으므로 두 다리 뻗고 주무실 테지…

 

 불과 한 가정 안에서도 뱀에 얽힌 이야기가 이러한데 수많은 인종과 민족이 살 붙여 생활하는 이 너른 세상에야 주연과 조연이 된 뱀에 얽힌 이야기야 얼마나 많겠느냐만 타고난 생김새가 아무리 혐오스럽고 징그럽다 하여도 뱀 역시나 우리 지구상의 한 가족이므로 뱀에 대해 보태지도 빼지도 말며 있는 그대로만 보고 전했으면 좋겠다. 다 함께 몸 붙여 사는 지구 상에서도 우리를 보기 싫어하고 혐오스러워하는 이도 있을 터이고 우주시대에 사는 현재 달나라 별나라에서도 생명체가 현존할 수 있을 터, 그들이 우리 지구인을 바라볼 때 우리는 분명, 괴물이어서 혐오스러운 존재밖에 될 수 없을 것이니 계사년 뱀해를 맞아 우선 껍데기부터 바라보는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외실(外室)에서 객을 맞는 주인이 되지 말고 내실(內實)에서 모든 객을 맞이하는 주인의 따뜻한 가슴을 지녔으면 하는 소망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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