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불효자

松竹/김철이 2015. 2. 10. 10:19

불효자

 

 사람들은 흔히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놓고 어머니의 은혜는 하늘과 같고 바다와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께서 내게 주신 사랑과 내게 쏟으신 은혜는 어찌 말로 표현을 다 하겠는가내가 어머니의 사랑과 은혜를 그야말로 손톱만큼이라도 갚을 수만 있다면, 정말 소원이 없을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한번 왔으면 반드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법이 아니겠는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기 싫지만, 나 역시 이 세상에 잠시 순례 길을 왔으니 어느 시기가 오면 그동안 세상사에서 정들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을 고해야 한다. 물론,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헤어짐도 예외는 될 수가 없을 것이다.

 

 해서 나는 1년여 전부터 어머니께 대한 정을 서서히 떼는 작업을 아무도 몰래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어머니와 50여 년간의 모정을 끊는 작업을 해왔는데 누가 들으면 나더러 비정하기 그지없고 천하의 불효자식이라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르지만, 그 말에 대해 결코 반박이나 변명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누가 뭐래도 누구보다 불효를 저지른 사람 중 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어머니와의 끊을 수 없는 모정을 끊으리라 모질게 마음먹은 데는 나름 대로의 슬픈 사연과 가슴 미어지도록 애틋한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은 이 세상 그 어느 사랑보다도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지만 이제는 그 사랑을 접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1년여간의 어머니와의 정 떼기 작업을 해 오던 중 불과 2주 전 어머니께선 두 번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목놓아 통곡하고 소리 높여 애타도록 불러보아도 이젠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어머니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고 다정한 어머니의 음성도 들어볼 수가 없을 것이다. 다만 단 한 가지 내게 남은 인생의 여정에서 내 기억 속에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모습은, 이승과 저승의 갈림길에서 산소마스크에 의지하신 채 가쁜 숨을 몰아쉬시며 병실 한 모퉁이에서 혀를 깨물며 터져 나오는 오열을 참느라 안 간 힘을 다하는 못난 나의 모습을 보셨는지 못 보셨는지, 세상 모든 고뇌 다 놓으시고 세상 억울함도 다 푸시고 편히 쉬시라는 누이동생의 눈물 섞인 음성을 들으셨는지 못 들으셨는지 묵묵부답이시던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젠, 이 세상 누구보다 내게만큼은 그리도 다정하고 자상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은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찾을 길 없고 그리도 당당하셨던 어머니의 그 모습은, 어느 해 늦가을 한 줌 백색 가루로 우리 가족들의 가슴속에 계시겠지만 불러보고 목놓아 울어보아도 내 애통한 통곡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로 남을 뿐일 것이다. 어머니께 못다 한 속죄의 눈물은 아직도 내 가슴속에 남아 어머니라는 세 글자만 들어도 절로 눈물이 쏟는다. 세상 어머니의 은혜를 기리는 어느 노랫말처럼 어머니의 은혜는 높은 하늘과 같고 어머니의 은혜는 깊은 바다와 같지만, 그 높고 깊은 어머니의 은혜를 갚을 길 없는 나는 정녕 용서받을 수 없는 천하의 불효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