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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 해에 들어보는 말들의 이야기/제1부/사람과 말의 연(緣)

松竹/김철이 2014. 1. 27. 13:35

 

연작 수필 3부작/말띠 해에 들어보는 말들의 이야기/제1부/사람과 말의 연()

 

                                                                                                 김철이

 

 인류가 지상에 나타났을 때 말의 조상은 이미 사라지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쪽에 조금 남아 있었는데, 오늘날 가축화된 말의 시조는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던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광주와 경북 문경지방에서 석기시대 말의 이빨이 발견되긴 했으나, 말이 가축으로 길러진 것은 청동기시대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토종말은 제주도 조랑말로서 비록 체구는 작지만 강인한 체질이며 순하고 영리하다. 토종말 외에도 고려 시대에는 몽골이 한동안 제주도에서 말을 사육하여 군마로 쓰기도 하였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김 만일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우리 말의 좋은 혈통을 보존키 위해 우수한 수말의 귀를 잘라 표시하거나 한쪽 눈을 보지 못하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 문헌에 말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일 것이다. 신라의 박혁거세 탄생설화를 보면, 백마(白馬)의 울음소리를 듣고 가보니, 백마가 알을 품고 있다가 승천하면서 큰 알을 하나 두고 갔는데, 그 알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밖에도 후백제의 견훤 탄생설화 등 신성한 탄생을 주제로 한 설화에는 백마가 곧잘 등장한다. 여기서 말은 지상과 천상을 이어주는 신령스러운 중간 역할을 맡고 있다.

 

 세상엔 말에 관한 설화도 많고 속설도 많지만, 2014년 갑오년 말띠 해를 맞아 말에 관한 이야기 펼쳐놓고 말과 우리 인간이 어떤 관련이 있고 우리 인간이 말에게 어떤 점을 배워 실천해야 하는지 여기에 나열해 보기로 하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말에 관한 이야기는 수없이 많겠지만, 먼저 우리 선조님들과 말에 얽힌 이야기부터 해보기로 하자.

 

 그 옛날 한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이 부부 사이에는 갓 태어난 아기가 있었단다. 어느 날 부부는 아기를 집에 두고 방아를 찧으러 마을에 다녀오니 아기가 보이지 않아 주변을 살피다가 어린 아기가 방의 천장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아기를 내려앉고 살펴보니 아기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아기 장수가 태어난 것이다. 부부는 매우 놀라 어찌할 바를 몰라 했는데 왜냐면 그 시절에는 전쟁이 많은 시절로 장수가 태어나면 영웅호걸로 충신이 되거나 아니면 역적으로 몰려 멸문지화를 당하는 시절이어서 부부의 고민은 깊어만 갔는데, 부부는 결국 의논 끝에 이 아기 장수를 아무도 몰래 죽여 없애기로 했단다. 아기를 없애는 방법으로 초가집 처마 끝에서 그을음이 많이 묻은 재랍(삼 껍질 벗긴 속대)으로 아기의 겨드랑이 밑을 찔러 찌르면 죽는다는 속설이 있어 아기 장수를 죽게 했다고 한다. 예부터 전하는 말이 장수가 태어나면 용마(龍馬)가 함께 난다고 전하는데, 아기 장수가 죽자 먼바다 거대한 바위 위에서 용마가 청룡등(靑龍嶝)을 타고 미친 듯이 울며 뛰어 내려왔는데 이때 우는 울음소리가 "에미때문에 에미때문에"를 반복하며 울었는데 마치 마을 사람들이 듣기로는 "에밀레 에밀레"로 들렸다고 전한다, 장수가 없어지자 용마는 쓸모가 없어졌고 결국 용마는 청룡 등 끝머리 하작쪽에서 하늘로 솟구쳤다; 떨어져 죽었는데 이 용마가 떨어져 죽은 곳이 지금의 하작 삼거리 가든 아래 들판인 "에밀등"이란다.

 

 아주 먼 옛날 어느 시대에 제주도, 바닷가에 백마(白馬)가 나타난다는 소문이 나돌자 그 당시 하루에도 쌀 한 섬에 돼지 한 마리를 먹는다는 힘 센 한 장수는 그 백마를 잡으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장수가 백마가 나타난다는 그곳으로 가보았다. 장수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장 물속에 잠겨 버리는 백마가 다시 물 위에 나타나기를 한참을 기다렸으나 헛수고였다. 그러나 사람이 안 보이면 물 위에 솟아나 자유롭게 나타나곤 하는 것을 보고, 장수는 한 계교를 생각해 내었다. 거기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워 두자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백마도 이 허수아비와 친근해질 때가 있을 것이라는 속셈에서였다. 

 

 장수는 나무를 깎아 사람 모양으로 만들고, 거기에 바지와 저고리를 입혀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꾸몄다. 그리고는 백마가 나타나는 오른쪽 언덕 위에다 세웠다. 처음 며칠 간은 허수아비에 놀라 겁을 먹는 듯했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경계를 늦추고 점점 가까이 다가가더니 나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허수아비 근처에서 뛰어노는 것이 아닌가. 이것을 본 장수는 성공이라고 무릎을 쳤다. 항시 백마의 노는 모습을 엿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터이므로, 어느 날 그는 한밤중에 허수아비 모양으로 그곳에 가 있었다. 날이 새자마자 백마는 바다에서 나와서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장수가 서 있는 곁에까지 이르렀다. 그 순간 장수는 안간힘을 다 써서 백마의 목덜미를 꽉 붙잡았다. 백마는 달아나려고 요동을 쳤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백마는 하늘을 향해 세 번 울음을 울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먹구름이 일고 천둥이 치더니 억수 같은 비바람이 쏟아져 내렸다. 얼마 후였다. 날은 개었으나 그 자리에는 백마가 물속에 잠긴 채 바윗돌로 굳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리하여 장수의 손에 잡힌 백마가 원통함에 울부짖던 머리가 굳어져 용두암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밖에도 말에 관한 설화도 숱하게 많고 사람과 말과의 사이에 이야기도 많지만, 우리가 가장 중요시할 것은 말은 다른 동물에 비해 영특한 지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주인에 대한 주인의식이 투철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배신을 모른다는 것이다. 말들의 이러한 정신은 배신을 밥 먹듯 하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 시대에 인간들 사회에 있어 큰 본보기가 될 것이다. 사람과 말의 연(緣)은 수 천 년을 이어왔지만, 말이 사람에게 베푼 은혜는 하늘과 같거늘 사람은 그 은혜를 갚기는커녕 가족처럼 기르던 소, 돼지, 개 등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통째 잡아먹더니 이젠 지능이 영특하고 수천 년 인간의 수족 노릇을 하며 생의 의미를 사람에게 두고 살아온 말조차 잡아먹는 몰지각하고 파렴치한 행위를 외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잡아먹는다는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요즈음이다. 학자들은 말의 지능이 네 살배기 어린아이와 같다고들 하는데 꼼꼼히 따져보면 네 살배기 어린아이 지능을 훨씬 뛰어넘어 성범죄(性犯罪])를 저지르고 감옥을 자기네 안방 들락거리듯 하는 사람들보다 지능이 높지 않을까 싶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의학이 발달한 이 시대는 말이 단순하게 이동수단이 아닌 의사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승마를 통해 경증, 중증 장애인들의 몸의 자세 교정과 정신적 병을 고치는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과 말이 혼연일치 하나가 되어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인데 아무리 중증 장애인이라 해도 말고삐를 잡을 수만 있다면 이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말띠 해의 연두에 소망을 빌어본다면 사람과 말이 혼연일치 하나가 되어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세월만큼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하는 것이다. 세상 갖은 병마(病魔)에 노출된 사람과 말이 무병장수 길이길이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