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여유와 해학이 넘치는 여인의 믿음/연중 제20주일(서춘배 신부)
지난주에 이어 복음의 주제는 믿음입니다. 오늘 복음 가나안 여인의 믿음에 주님은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가나안 여인은 원하는 바를 이루면서 우리에게는 믿음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또한 놀랍게도 주님께선 여인의 믿음을 통해 당신의 구원계획을 수정하십니다. 명실 공히 모든 민족들의 구원자로서의 당신의 신원을 새롭게 하십니다. 제1·2독서는 이방인들(이민족들)이라도 구원에서 제외되지 않으며, 오직 순종과 믿음만이 관건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주님의 강아지 비유를 들으면서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당신의 머리를 보니 꼭돼지머리 같다고 말하자, 무학대사는 이성계에게 상왕께서는 부처님 같다고 말합니다. 이성계가 나는 당신을 돼지라고 욕했는데, 당신은 나에게 부처님 닮았다고 아부를 하느냐고 하자 무학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돼지 눈에는 모든 것이 돼지로 보이나, 부처님 눈에는 모든 것이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이성계가 아들, 방원의 처사를 노엽게만 보는 까닭을 깨닫도록 해줍니다. 그 후 이성계는 방원을 받아들이고 화해를 했다 합니다. 자신과 딸을 강아지, 동물에비유를 해도 여인은 모욕으로 여겨 정색하거나 노여워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며 긍정
하고 그 다음 자신의 청을 관철시키는 여유를 보입니다. 예수님의 날카로운 예봉을 슬쩍 피하면서 되넘기는 대목이 압권입니다. 상대방이 돼지라 하든 강아지라 하던 그렇긴 합니다만 하는 여유와 해학이 돋보입니다.
어떻게 여인은 그처럼 놀라운 믿음을 갖출 수 가 있었을까요. 믿음이란 근본적으로 하느님의 이끄심이 있어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자캐오의 경우에서처럼, 우리가 갈망하고 찾는 그 만큼만 얻게 될 것입니다.(마태 7,7-8참조) 가나안 여인에겐 그 어떤 수모나 어려움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자녀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궁극적으로 구원자이신 주님께 대한 신뢰가 있었습니다.
여인은 하느님께서 당신을 찾게 하려는 의도로 그런 고통을 허락하셨다고 여겼을까요. 하여튼 고통스런 삶이 그녀를 비참하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성숙한 인간으로서 속 깊은 인품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통
은 한 인간을 망가트릴 수도 있겠지만 축복이될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녀 문제로 상담하러온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들이 겪어온 갖은 고생들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 자신, 아픔을 느끼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분들은 딸아이로 말미암아 숭고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그 분들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궁극적으로 구원으로 이끄시는 주님을 믿기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불속에서 황금이 단련을 받듯이 시련을 통해서 믿음이 단련된다고 믿는 분들은 행복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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