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밭에 숨겨진 보물/연중 제20주일(이상복 신부)
복되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사람들!
딸만 6명인 어느 행복한 가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가 친구로부터 예쁜 인형을 하나 선물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이는 여섯 명이고 인형은 하나뿐이어서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엄마는 고민 끝에 말했습니다.
“오늘 제일 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 이 인형을 줄께.”
그 말을 듣자 여섯 딸이 하나같이 소리쳤습니다.
“에이! 그러면 아빠 거잖아!”
아이들 보기에 아빠가 엄마 말을 제일 잘 듣는 사람으로 보인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보일 정도이면 행복한 가정이라고 해도 충분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삶은 ‘들어주기에 힘쓰는 삶’입니다. 반면에 세상에서 가장 추한 삶은 ‘들어 달라고 떼쓰는 삶’입니다. ‘알아주는 삶’에는 행복이 깃들고, ‘알아 달라는 삶’에는 불행이 깃듭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은 ‘내 마음을 너무 몰라줘!’라는 생각이고,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생각은 ‘내가 좀 더 들어주자!’는 생각입니다. ‘들어주는 삶’에는 ‘붙들어 주는 삶’도 있고 ‘만들어 주는 삶’도 있습니다. 잘 들어줄 때 사랑하는 대상은 견고한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입은 하나이고 귀는 두 개인 것처럼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로 하고, 입보다 귀가 높은 곳에 위치한 것처럼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높이고 존중할 때 행복은 결코 비켜 가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은 귀가 하나이고 입이 두 개인 괴상망측한 외계인에게는 찾아가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은 복된 사람들에 대한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실 때에 군중 속에서 어떤 여자가 목소리를 높여,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 하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루카 11,27-28)’
성모님은 예수님을 낳으신 어머니로서 예수님의 제자들과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들에게 사랑이신 하느님의 참모습을 보여주시고 하느님 나라를 인간의 친숙한 삶의 현장으로 이끄시는 예수님은 진정 착한 목자이며 백성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보여 주신 하느님은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절대적인 심판자가 아니라 자비와 사랑의 주님이셨습니다. 백성들 가운데 계시면서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며 그들의 소망을 내치지 않으시고 귀담아 들어주셨습니다. 백성들의 애환을 귀담아 들으신 예수님은 산상설교(마태 5장-7장)를 통해 당신을 찾아온 백성들에게 미래와 희망을 약속하십니다. ‘여러분은 행복합니다.’라고 선언하시며 당신께서 인간 행복의 정점이심을 밝히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주님을 따른 제자들과 백성들은 예수님이 약속하신 메시아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을 낳아 키우신 어머니 마리아께서 가장 복된 여인이라고 칭송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라고 하십니다. 주님의 말씀에 충실한 자는 누구일까요? 가브리엘 천사의 말씀에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루카 1,36)라고 순명하신 성모님이야말로 하느님 말씀으로 사신 분이셨습니다. 십자가상의 예수님과 함께 하시면서 사도들의 박해와 순교를 지켜보셨고 교회의 태동을 몸소 체험하신 성모님은 진정 신앙인의 귀감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하시고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요한 19,26-27)라고 하시며 당신의 어머니를 인류 모두의 어머니가 되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백성들의 애환을 귀담아 들으시고 함께 하셨던 구원사업을 오늘도 어머님의 전구하심으로써 계속하십니다.
우리는 주일미사에 참여하면서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말씀을 실천할 힘을 성체를 통해 얻습니다. 주일 미사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신앙인들의 복된 잔치이며 영원한 행복을 약속받는 축복의 장입니다.
주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공소 사목지 독자들을 행복의 주인공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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