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연중 제20주일/연중 제20주일(이상해 신부)
“주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딸을 위한 어머니의 애절함이 묻어나는 하소연입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이런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사람들을 개, 돼지라 부르면서 멸시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독차지하고 우리 밥그릇을 빼앗는다면서 그들을 몰아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몇 명의 사람들이 영성체를 할 때 붕대 감은 손을 내밀까? 몇 명이 목발을 짚고, 기계에 잘려나간 손으로 영성체를 할까?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야간작업의 피로를 무릅쓰고 성당에 오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이런 지경이 되어서도 일을 해야만 합니다. 외국 땅에서 그렇게 고생을 하는 것은 자신의 행복이 아니라 고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희생해서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손이 아니라 심장이라도 내어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현대판 이 땅의 이방인들입니다.
그들의 피부색은 우리와 다릅니다. 말과 관습도 다르고, 심지어 사는 곳도 다릅니다. 가나안 여인처럼 유대인들에게 외면당하고,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인생들입니다. 그들이 아파도, 굶주려도, 생활고에 몸부림을 쳐도, 이 땅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 한국 사람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은 위신도, 체면도, 심지어 자존심도 버릴 만큼 구원의 길을 갈망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갈구를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때가 되면 떠날 사람들이니까 우리 중의 하나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혈통이나 인종, 피부색이나 지위 같은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스승이신 예수님께서는 누구나 구원에 예외가 없음을 가르쳐주셨지만, 예수님의 제자들인 우리에게는 스승님의 이런 열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나약함과 실수와 못난 점들을 다 받아 주시고 구원해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항구한 믿음과, 누구든 구원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 주변에는 딸의 구원을 위하여 하소연하는 여인은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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