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부산] 가나안 여인의 믿음

松竹/김철이 2011. 8. 13. 15:55

[부산] 가나안 여인의 믿음/연중 제20주일(김정렬 신부)

 

 

과거 단일민족의 정통성과 우수성을 주장하던 우리나라는 이제 다문화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다른 나라 출신의 며느리도 우리의 국민임을 광고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의 차별은 큰 이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타민족 차별과 자기 민족 우월성을 자랑했던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이스라엘 민족이다. 성경을 보노라면 유태인들은 뽑힌 백성 ‘선민’(選民)임을 강조한 나머지 보편적 만민(萬民)사상은 없고 오로지 자기 민족만이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임을 자랑하고 살았다.

오늘 복음 말씀의 상황만 봐도 그렇다.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지방으로 가셨는데 그곳에서 가나안 출신의 이방 여인이 도움을 청하게 된다. 티로와 시돈지방은 지중해 해변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구약시대부터 무역 왕래가 많았던 상업 도시였고 여러 민족들이 어울려 살던 곳이었다. 오늘 복음 말씀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은 당시 이스라엘 민족이 경계했던 풍요다산의 신 바알과 아세라를 신봉하는 이방 종교의 여인으로 대표되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가나안 여인이 마귀 들린 자기 딸을 고쳐 주십사 청하자 예수님은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마태 15, 24. 26)는 말씀을 하시며 여인의 청을 거절하신다. 비록 다른 종교를 믿는 이방 여인이지만 자비와 사랑, 보편적 구원 사상을 가진 예수님의 이런 말씀은 우리의 구세주 메시아라기보다 여전히 유태인의 민족적 우월성, 선민사상에 빠져 있는 한 남자의 발언처럼 들려 적잖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예수님의 이러한 말씀은 이스라엘 민족들에게는 하느님이 유태인들만의 하느님이 아님을 알려줌과 동시에, 가나안 출신의 이방 여인이 면박과 인간적 수모에도 예수님을 떠나지 않고 계속 도움을 청한 것은 바알과 아세라같은 이방신을 섬기는 삶에서 예수님을 메시아로 고백하는 삶으로 변화되었음을 확인 받는 순간이었다. 어머니로서 자녀가 아프다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신앙인 중에서도 하느님의 뜻이 아닌 인간적 자기 방식으로 이곳저곳 다른 종교를 기웃거리는 모습도 보게 된다. 그러나 하느님은 자기 욕심을 얻기 위한 청원에는 침묵할 경우가 많다.
가나안 여인의 청을 예수님이 들어주게 된 것은 과거 자기 방식의 삶, 즉 이방신을 버리고 온전히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가졌기에 그 믿음의 결과로 딸이 낫게 되고 구원에 이르게 되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