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두레박

[춘천] 아! 집이 없구나

松竹/김철이 2011. 5. 28. 11:29

[춘천] 아! 집이 없구나/원훈 신부(부활 제6주일)

 

 

 

“찬미 예수님! 청소년국장 원신부입니다.”
청소년국으로 전화가 걸려올 때면 제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어느새인가부터 제입으로 의식하지 못한 채 제가 청소년국장임을 버젓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에 담겨있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알게 된 것은 얼마 전 한 어린이를 통해서였습니다.

어느 본당에 어린이 미사를 부탁받아 갔던 날, 그 본당의 초등부 1학년쯤 보이는 아이가 “어느 성당 신부님이세요?”라고 물어보기에 무심코 “신부님은 성당이 없어. 청소년국에서 일하지.”라고 대답하니, “아! 신부님은 집이 없구나.”라는 것입니다. 순간 제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집! 그 아이에게 있어서 아늑하고 안정적인, 아빠 엄마가 계신 ‘집’,저는 졸지에 집 없는 신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후 제 머릿속에는 그 아이의 말이 계속 맴돌았습니다. “아! 집이 없구나.”

제가 청소년국장으로 있은 지도 일 년이 넘어가지만 성당을 집으로 생각하는 저 초등학교 1학년에 비하면…. “나는 청소년국을 내 집으로 생각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창피한 일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으면서 무심코 대답하는 “네, 청소년국장입니다.”라는 말 속에는 나의 집, 나의 책임,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이 집이 없는, 가족이 없는 이들로 지낼까봐 무척 고민 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는 사랑이 아닌 믿음 가득한 사랑의 삶을 살길 바라시며 함께 하실 것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런 예수님의 마음을 외면하고 더 좋은 집을 향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생활한 것 같아 복음말씀을 묵상하는 내내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의 행복의 조건을 생각하며 그 조건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머물러야지만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그곳에 머물렀다 하더라도 또다른 욕심으로 행복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나의 집은, 나의 행복이 가득한 곳은 바로 이곳! 우리들이 머물러 있는 자리임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저 또한 집이 없는 신부가 아닌 행복한 집에서 살아가는 신부로 생활하겠습니다.
청소년 주일을 맞이하여 모든 청소년들이 소중한 자신의 꿈을 잘 개척하며 그 꿈을 잘일구어 나가도록 기도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또 한 명의 스승일 수 있는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하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