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은 말이 없다
- 松竹 / 김철이 -
온 겨우내 호된 시집살이 힘겹던 버들 아씨
얼음 풀려 흐르는 물 위에 샴푸도 없이 해 묶은 머리를 감고
한겨울 늘어지게 자던 청개구리
찌든 때 온 강 파랗게 물들여 놓아도
샛강은 한마디 불평도 않는다
한 시절 내내 벌거벗은 장구벌레
밤, 낮 가림 없는 큰 소란에도
짓궂은 풍뎅이 아저씨
진종일 풍덩 되는 개헤엄 귀 따가워도
샛강은 한마디 꾸지람이 없다
사심 많은 인생사 농심들
혈육 같은 농사 잘 지으려 물고 다툼 꼴불견에도
밀짚모자 근사하게 차려 쓴 허수아비 아저씨 놀려대던 참새 떼
재잘대며 목축이던 꼴사나운 일에도
샛강은 한마디 호령하지 않는다
욕심 많아 흐르던 물 얼어 붙인 한겨울
개구쟁이 아이들 목마 태워 시끄러운 소란에도
한점 따슨 햇살에도 눈 녹아 더럽혀 흐르는 물줄기
때묻은 역사에도
샛강은 한마디 원망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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