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소식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1) 글을 시작하며

松竹/김철이 2010. 7. 24. 00:18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1) 글을 시작하며

 

‘원리’ 체득해 주님 향한 형성 실현해야

이번 주부터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와 최인자(엘리사벳) 선교사가 함께 쓰는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이 독자분들을 찾아갑니다. 영성생활에 관심 있는 많은 독자분들의 애독을 바랍니다.

▩ 정영식 신부
1985년 서품.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수원가톨릭대학에서 영성지도신부 역임. 1993년까지 미국 듀케인대학에서 영성신학을 전공했다. 2002년까지 수원가톨릭대학 심리학 영성신학 교수로 재직, 안양 중앙본당 주임을 거쳐 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다.

▩ 최인자 선교사
안양 중앙본당 교육분과장. 소공동체 여회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신자 재교육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평화방송TV강의, 전국 본당 순회 강연 등을 통해 평신도의, 평신도에 의한, 평신도를 위한 영성 교육에 힘쓰고 있다.


테니스장에 자주 간다고 해서 테니스를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테니스를 잘 하려면 그 원리를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손님이 몰리는 음식점은 정해져 있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원리가 있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무턱대고 암기한다고 해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의 원리를 터득해야 공부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세상 모든 일에는 ‘원리’가 중요하다. 무슨 일이든, 근본 원리를 터득해야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성인(聖人) 영성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성인들의 영성을 이해하고 그 영성을 삶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선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 이 원리가 ‘형성(形成)의 원리’다. 하느님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어떤 방향을 향해 형성되어 가도록 창조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미리 하느님께서 초청하신 형성에로 나아가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심어주신 형성에 대한 초대가 ‘선형성’(先形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세상은 형성을 실현시켜 가는 형성의 장이다. 이 형성의 원리(하느님의 뜻)를 거스르며 살아가는 것이 ‘반형성’(反形成)이다. 때론 무너지고 쓰러지더라도 우리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재형성’(再形成)해 나가야 한다.

문제는 이 세상에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값비싼 물건을 잃어버리면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고통은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받는 상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만큼 물질적 고통보다는 관계성 속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 이렇게 우리는 넓은 세계와 이웃, 그리고 관계성 안에서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나간다. 이런 의미에서 특별히 인간 간의 관계에서 생기는‘상호형성’(相互形成)은 매우 중요하다. 더 나아가 우리는 생활하면서 변화되어가는 상황에 늘 놓여있다. 남들이 모두 제사를 드리고 있는데 혼자서만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른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러기에 크게 보면 장소들(places) 사물들(things) 사건들(events) 관계에서 생기는‘상황형성’(狀況形成) 역시 중요한 것이다.

인간은 육신과 정신과 영혼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세 가지 모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형성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육신과 정신과 마음을 동일한 비중으로 늘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얼굴에 고추장이 묻으면 우리는 급히 휴지로 닦아낸다. 마찬가지로 마음도 그렇게 민감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내면형성’(內面形成)이다. 이러한 형성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지속적형성’(持續的形成)이다. 이러한 노력은 또한 세계적 테두리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것이 ‘세계형성’(世界形成)이다.

‘형성’과 관련한 이러한 용어들은 일반 신앙인들에게 어렵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테니스를 배우려면 테니스의 원리를 배워야 하는 것처럼, 성인의 영성을 가슴으로 느끼려면 우선 그 원리를 배워야 한다.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원리만 터득하면 “아하~ 영성의 진수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며 무릎을 ‘탁’ 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가능한한 쉽고 편안한 말로 성인들의 영성을 풀어가려고 한다.

이번 작업은 성직자와 평신도의 공동 작업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집필 방식이 교회 언론에서는 최초라고 들었다. 성인들의 영성은 성직자 수도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신도 스스로가 이 영성을 이 세상 삶을 통해 실현해 내야 하기에 평신도의 참여는 불가피했다.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평신도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번 작업이 공의회 정신을 이 땅에 토착화 시키는데 작은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

각 성인의 삶에 대한 간단한 요약과 정리는 평신도가, 성인별 영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성직자인 내가 진행할 것이다. 이번 연재가 성인들의 영성을 세상에 좀 더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평신도 사도직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가톨릭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