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사람을 위한 미사
딸랑 딸랑.
성당 문에 걸린 작은 종이 울렸습니다.
이에 늙은 신부님이 웬 사람이 고해성사를 하러 왔나 싶어
나가 보았습니다.
소년은 저금통을 들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왔니? 꼬마야."하고 신부님이 묻자
"벌을 받고 있는 불쌍한 사람을 위해서 미사를 드려주세요.신부님
이것은 미사예물입니다."
"벌을 받고 있는 불쌍한 사람이란 도대체 누구를 말함이냐?"
눈물을 글썽이던 꼬마는 그러나 이렇게 대답할 뿐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밝힐 수가 없답니다."
그리하여,
프랑스 파리 근교의 성당에서는 한 소년의 청에 의해서
불쌍한 사람을 위한 미사가 올려지게 되었습니다.
이 소년의 이름은 조르쥬 베르나노스(1888~1948).
이 소년이 불쌍한 사람이라고만 표현했던
사람의 이름은 유다 이스가리옷.
바로 주님을 배반하여 주님으로부터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을 뻔했다(마태 26.24)."고
평을 받은 유다가 이 꼬마 소년이 밝히지 않은
불쌍한 사람의 이름이었습니다.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을 유다가 가엾어서 이 소년은 그를 위해
미사를 드렸던 것입니다.
이 소년은 주님은 하시고자 하시면 유다를 지옥의 불에서
구해 주실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시골 신부님에 의해서 드려진 미사가 과연 유다의 영혼을 구원해
주었는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유다를 불쌍히 여기는 소년의 착한 마음에 주님께서는
깊은 영성을 불어 넣으셨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이 꼬마 소년은 훗날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으니까요.
어릴 때의 이러한 기억이
그의 걸작 <시골 본당 신부의 일기>를 낳았으며
그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인간은 주님의 길을 걸을수록 정면의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그러나
구원의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악과 싸운다면 은총의 뜻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베르나노스는 다음과 같은 금언을 남김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 다 주님의 은총이다." 라고.
[최인호의 성서묵상집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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