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바람아 멈추어 다오

松竹/김철이 2008. 7. 23. 15:50

♤ 바람아 멈추어 다오 ♤ - 松竹 / 김철이 - 도심지 겨울 가로등 옷 벗어 오금이 절이는데 시린 손 쪼이려 깜빡이는 등불 심정도 모른 채 북극에서 고속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는지 온 거리 빈 곳 없이 바람이 인다. 화려했던 시절 다 손 저어 이별하고 옷 벗은 계절이 좋아 극기 훈련이라도 하듯이 진눈깨비 서툰 춤사위에 가슴 시린 겨울 장미 붉은 볼은 더욱 붉어지는데 온 정원 하나 가득 바람이 찬다. 동지섣달 지루한 혹한에 발이 시린 까치는 쌓여가는 함박눈 등성위에 억울한 한을 찍어 남기는데 시베리아 벌판에서 초고속 열차라도 타고 달려온 것일까… 헐벗은 겨울나무 가지마다 하나 가득히 바람이 분다. 흰눈내려 곱던 날 빈 논두렁 홀로 섰는 허수아비 외로운 심사 더욱 외롭고 이 심정 동정하는 서산은 노을빛으로 함께 우는데 못본채 외면하고 비어있던 온 들녘 철없이 뛰놀더니 여린 감정이라도 통한 것일까? 온 벌판 바람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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