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 松竹/김철이
시절의 불청객인 양
밤새 창을 두들기더니
덜 풀린 화풀이라도 하듯
애꿎은 땅을 친다.
주걱에 뺨 맞고 삼켰던 흥부의 눈물처럼
앞 물고 뒤 물고 다 터놓고
두 다리 길게 뻗쳐
한나절 펑펑 퍼질러 운다.
해묵은 약속이라도 지키려는가
초대했던 이 하나 없건만
때만 될 양이면 찾아와
주절주절 밀린 이야기 늘어놓는다.
역마살 낀 사내처럼
영영 잊을세라
한 시절 찾아들어
사모하는 이 품속 못다 쏟은 정을 다 쏟는다.
2008, 6 27 松竹鐵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