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나팔꽃

松竹/김철이 2008. 6. 29. 00:10
  
    ♤ 나팔꽃 ♤ - 松竹/김철이 - 하루 해도 다 피지 못할 것을 까만 밤을 하얗게 태워 한 줌의 재로 피어 긴 밤을 희게 성화시켜 붉게 사는 순교(殉敎) 성인처럼 한순간 보석이 되어 밝은 미소를 짓는다. 외줄 타는 곡예사도 아니면서 일순간의 환희를 일구려 하룻밤 숱한 사연 뒤로 밀어내고 동창의 녹색 외줄을 탄다. 여러 해 살고픈 심정 간절하나 대자연 큰 명령에 순명하여 한 해 살이 짧은 생애로 살다 생에 대한 미련 다 버리지 못해 하루살이 긴 생명줄을 감아 올린다. 먼 땅속 깊은 곳에 밤새 곤히 차던 생명수 두레박 하나 가지지 않고도 쉴 새 없이 끌어올려 새 아침의 희망으로 여린 가슴에 곱게 저미어 하루 역사의 일기장을 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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