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좋은 날
- 松竹/김철이 -
비가 내려 좋은 날
그다지 달갑지 않게 여기던 비가
새벽부터 진종일 외로운 님들의 말벗이 되어
마음속에 얼기설기 맺힌
숱한 사연 굽이굽이 엮어 내린다.
여름날 한 가슴팍에 아무런 말없이 피어나는
첫사랑의 라일락 고운 꽃잎처럼
지난 세월 그리워 우는 뻐꾸기 울음 엮어
올망졸망 사이도 좋게
진초록으로 물들어가는 논밭 이랑마다
또 다른 사연이 되어 내린다.
조촐한 사랑으로 고백하는
한 송이 붉은 들장미 꽃잎처럼
아무런 의미 없이 삼복더위를 향해 쉼 없이 걸어가는
현대인의 텅 빈 마음속에
한 줄기 희망이 되어 몇 송이 꽃비로 내린다.
아지랑이 고운 춤사위 다시 보고파
뒷동산 언덕에 올라
풀피리 꺾어부는 목동들 아름다운 노래 선율 위에
영원히 변치않는 한 잎 도라지꽃 사랑이 되어
역사의 일기장 속에 또 다른 하루를 기록하기 위해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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