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소 ○
♡ 松竹/김철이 ♡
동지섣달 살을 예이는 혹한에
옷 한 벌 얻어 입지 못한 채
사시나무 떨 듯하던 논두렁
보릿고개를 무사히 넘겼는지
풀린 입술 농부가 흘러나온다.
마른 장작처럼
허허벌판에 우두커니 서 있던
백목련 뒤틀린 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흰 꽃이 헛들어지게 핀다.
그 누가 묶어놓았나
유유히 흐르던 물살
자유를 잃고 떠는 모양 처량도 하더니
무심히 부는 마파람 몇 점에
흥에 겨워 출렁 되며 흐른다.
세상은 참으로 공평한 것
해가 지면 달이 뜨고 달이 지면 해가 뜨듯
암흑 같은 마음 한 번 열면
빈 봄 뜰에 햇봄이 돋는다.
2008년, 2월, 15일, 松竹鐵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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