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의 아침편지 960

임종을 앞둔 엄마의 시선

임종을 앞둔 엄마의 시선 엄마는 여전히 인생을 사랑했지만 아무래도 예전 같을 순 없었어요. 나한테도 "의욕이 통 안 생기는구나"라고 말하곤 했지요. 하지만 엄마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았어요. 때가 됐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이제 곧 아흔일곱이니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했지만요. 엄마는 이제 완전히 여기 있는 게 아니었어요. 정신은 자꾸 딴 세상에 가고, 시선은 멍하니 오로지 엄마 눈에만 보이는 어떤 지평에 가 있었어요. - 베로니크 드 뷔르의 《다시 만난 사랑》 중에서 - * 97세 임종을 앞둔 어머니의 시선을 바라보는 자식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세상을 하직할 때를 직감한 사람의 시선은 '가시 구역'의 범주를 벗어납니다. 그러면서 이 세상과 저세상의 거리를 좁혀갑니다. 불필요한 의욕과 ..

고도원 편지 2024.03.06

밤하늘의 별

밤하늘의 별 사람에게는 변치 않는 '하나'에 대한 본능적인 염원이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끊임없이 노래하여 찬탄하는 것이다. 별이 언제나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처럼 한결같이 거기 있는 존재를 언제나 찬탄한다. - 강기진의 《50에 읽는 주역》 중에서 - * 밤하늘의 별. 밤이면 언제나 '거기 있는 존재'입니다. 모든 것이 변하지만 끝내 변치 않는 하나, 그것은 밤하늘의 별, 곧 하늘의 뜻입니다. 그 하늘의 뜻을 깊이 알기 위해, 옛 사람들은 별을 보고 연구하고 염원했습니다. 언제나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도 하나뿐인 밤하늘의 별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3.04

위대하고 보편적인 지성

위대하고 보편적인 지성 물고기떼가 한 방향으로 헤엄치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방향을 바꾸는 광경을 상상해 보세요. 방향을 지시하는 리더는 없습니다. 물고기들은 '내 앞에 있는 물고기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니 나도 왼쪽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이러한 동시성은 자연의 중심에 존재하는 위대하고 보편적인 지성에 의해 일어나며, 이른바 영혼을 통해 우리 각자에게 나타납니다. - 디팩 초프라의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 중에서 - * 자연을 마주하다 보면 경이로운 순간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신묘막측한 세계가 펼쳐집니다. 하다못해 한 톨 씨앗도 그 씨앗에 걸맞은 계절이 있습니다. 때가 이르면 정확히 발아합니다. 겉에선 보이지 않던 씨앗 속 모습을 세상에 펼쳐 보..

고도원 편지 2024.03.01

다다다다 터진 엄마 이야기

다다다다 터진 엄마 이야기 엄마는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요. 일단 물꼬가 터지자 다다다다 말이 쏟아졌어요. 엄마는 거의 숨도 쉬지 않고 말꼬리를 이어갔어요. 단어를 놓칠까 봐, 기억이 도망갈까 봐, 시간이 더없이 아름다운 이미지를 남겨놓고 다시 달려갈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요. 엄마는 내 생각을 묻고, 소리 내어 웃고, "무슨 말인지 알겠니?", "생각해 봐!", "놀라서 기절할 뻔했어!" 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 베로니크 드 뷔르의 《다시 만난 사랑》 중에서 - * 방언이 터졌다고 하지요. 삼키고 묻어두고 묵혔던 이야기가 어느 날 다다다다 터지는 날이 있습니다. 임종이 가까워졌음을 직감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기억의 편린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다시는 못 보거나, ..

고도원 편지 2024.02.28

여행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여행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독창적 사고를 하는데 여행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이것을 보면 역시나 일상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창조로 연결된다는 것이 입증된다. 정들면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곳이나 오래 살면 정이 들어 다른 곳보다 좋게 느낀다는 마음을 드러낸 말인데, 지적 환경으로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잠시 들르는 여행지라고 하면 재미있는 게 눈에 보여도, 오히려 그곳에 살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 도야마 시게히코의 《어른의 생각법》 중에서 - * 일이 풀리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습니다. 눈이 열립니다. 지친 몸이 풀립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것을 접하면 굳어진 사고의 틀과 습관에서 벗어나 번쩍이는 생각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신선한 재미와 극적 감동, 짜릿한 자유와 충만한 치..

고도원 편지 2024.02.26

땅바닥을 기고 있는가, 창공을 날고 있는가?

땅바닥을 기고 있는가, 창공을 날고 있는가? 시련을 만났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은 '선택'을 잘하는 것이다. 시련 없는 인생은 없다. 그러나 시련을 키워 더 큰 불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나 자신이다. 시련은 통과해 성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순간에도 온전한 나로서 긍정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 오유경의 《어른 연습》 중에서 - * 시련은 갈림길입니다. 비상한 선택을 요구합니다. 그 선택에 따라 인생이 갈립니다. 맞닥뜨린 시련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가 선택을 좌우합니다. 땅바닥을 기는 애벌레에게는 돌멩이가 큰 장애물이지만 하늘을 나는 나비에게는 단순한 자연물에 불과합니다. 당신은 지금 땅바닥을 기고 있는가? 창공을 날고 있는가?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2.23

배꼽

배꼽 "배꼽을 만져보게. 몸의 중심에 있어. 그런데 비어 있는 중심이거든. 배꼽은 내가 타인의 몸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유일한 증거물이지. 지금은 막혀 있지만 과거엔 뚫려 있었지 않나? 타인의 몸과 내가 하나였다는 것, 이 거대한 우주에서 같은 튜브를 타고 있었다는 것. 배꼽은 그 진실의 흔적이라네." - 김지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중에서- * 엄마의 태중에서 아기는 탯줄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기는 하나였고 한 몸이었습니다. 아기가 태 밖으로 나와 탯줄을 끊고 공기로 숨을 쉬며, 비로소 세상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흔적이 배꼽입니다. 배꼽과 대칭되는 부위에 '명문'이라는 혈이 있습니다. '생명의 문'이라는 뜻입니다. 배꼽은 그 문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생명의 중심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

고도원 편지 2024.02.21

80세 노교수의 건강 비결 두 가지

80세 노교수의 건강 비결 두 가지 80년을 넘긴 나의 건강 비결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일 아침 두유를 마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더운물 샤워를 하고 맨손체조(스트레칭)를 20분 정도 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대부분 유당불내증을 갖고 있어서 두유 대신 우유를 마시면 대사과정에서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생성되어 암 등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다. - 이철호의 《팔십인생》 중에서 - * 누구에게나 자기 나름의 건강 비결이 필요합니다. 오랜 습관과 경험에서 얻은 건강 비결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삶의 질에 차이가 많습니다. 건강의 핵심은 음식과 운동입니다. 자기 체질에 맞는 음식을 일찍 일찍 찾고, 자기 몸에 최적화된 운동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꾸준함입니다. 꾸준..

고도원 편지 2024.02.19

생의 절정

생의 절정 "정오가 지나면 모든 사물의 그림자가 생긴다네. 상승과 하락의 숨 막히는 리미트지. 나는 알았던 거야. 생의 절정이 죽음이라는걸. 그게 대낮이라는걸." - 김지수의《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중에서 - * 생의 절정! 그 절정의 순간은 일생 속에도, 하루 중에도, 매 순간에도 있습니다. 들숨이 절정에 이르면 다시 날숨이 시작됩니다. 들숨이 절정을 이루는 충만의 순간에 다시 하강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날숨이 시작되지 않는다면 생명은 끝나고 맙니다. 삶과 죽음, 크나큰 섭리의 비밀은 숨과 숨 사이에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2.16

더 평온한 세상

더 평온한 세상 영원히 끝나지 않는 폭풍우는 없다. 모든 비바람은 지나간다. 고난의 때에도 끝이 있다. 그다음은 이전보다 더 나아진다. 더 좋은 관념, 더 올바른 사회 구조, 더 바람직한 제도, 더 평온한 국가가 생겨난다. 새로운 창조의 때, 곧 영원한 어둠을 뚫고 빛이 드는 때가 온다. 여기에는 긴박한 상황이나 흥미진진한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고 따분한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그때가 되어서야 새로운 창조의 작업이 시작된다. - 조앤 치티스터의《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중에서 - * 비바람과 폭풍우를 인간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리 대비는 할 수 있습니다. 비바람으로 날아간 지붕을 고치고, 폭풍우로 휩쓸려간 다리를 다시 놓은 것도 우리의 몫입니다. 막대한 비용과 고난이 뒤따르지만 더 아름다운 지..

고도원 편지 2024.02.14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건강해지고 싶은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건강해지고 싶은가? '그런데 당신은 무엇을 위해 건강해지고 싶은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를 위해 건강해지고 싶은가?'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살면서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병에 걸리거나 가족이나 친척과 같은 주변 사람이 병에 걸릴 때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 KRD Nihombashi 메디컬 팀의《몸은 얼굴부터 늙는다》중에서 - * 건강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건강하려 하는지 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 몸으로 추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한걸음 더 나아가 누구를 위해 건강하려 하는지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

고도원 편지 2024.02.13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내일 아침이 아니에요 지금이에요 바로 말해요 시간이 없어요 사랑한다고 말해요 좋았다고 말해요 보고 싶었다고 말해요 해가 지려고 해요 꽃이 지려고 해요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가 울어요 지금이에요 눈치 보지 말아요 - 나태주의 시집《사랑만이 남는다》에 실린 시〈바로 말해요〉중에서 - * 바람이 불 때 바람이 분다고 말해야 합니다. 바람이 지난 뒤에 말해도 소용없습니다. 함께 있을 때, 살아 있을 때 말해야 합니다. 나중으로 미루면 끝내 말 못 하고 말 수가 있습니다. 새가 울면 새가 운다고, 꽃이 피면 꽃이 피었다고,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바로 말해요. 망설이지 말아요. (2021년 2월10일자 앙코르메일)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2.09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얘들아, 너희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그 꿈에 다가서기까지 무수히 많이 넘어지기도 하겠지만 엄마가 먼저 보여줄게. 넘어져도 툭툭 털고 멋지게 일어나는 모습을. 어려운 것을 먼저 할 필요는 없다. 공부하기가 싫어지고 자신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 전윤희의《나는 공부하는 엄마다》중에서 - * 엄마가 보여주는 모습을 아이들은 그대로 따르고 닮아갑니다. 넘어지는 모습도, 넘어졌다 다시 일어서는 모습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봅니다. 엄마는 먼저 보여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라. 그래서 생긴 자신감으로 더 어려운 것에 도전하라. 도전하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 말라. 너를 믿고 사랑한다." (2021년 2월15일자 앙코르메일)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2.07

자신을 보는 법

자신을 보는 법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한 거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 비추어, 우리 자신을 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것을 '관계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관계의 거울을 통해 우리의 초공간적 자아를 발견합니다. - 디팩 초프라의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중에서 - * 사람은 관계 속에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왔고, 어떤 관계들을 맺어왔는가를 살필 때 나를 제대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은 의미없이 그냥 오지 않습니다. 내 눈에 비치는 상대의 모습과 상대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을 통해 서로의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2.05

신비 수련

신비 수련 천체의 음악은 밤낮으로 울리지만, 어느 정도 신비 수련을 하거나 신비적 힘을 발달시킨 상태에서만 들을 수 있습니다. 낮에는 빛이 빛으로서 우리에게 흘러 들어오고, 밤에는 흡수된 빛으로서 계속 활동하면서 천체의 음악은 밤낮으로 울립니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천체의 음악 인간의 신비》중에서- * 인간의 청각은 한계가 있습니다. 아주 큰 소리도, 아주 작은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이른바 '가청구역'이 정해져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련을 하면 어느 순간, 선물처럼 청각의 경계가 무너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천체 음악을 듣게 됩니다. 마음의 소리, 양심의 소리도 듣습니다. 그때 알게 됩니다. 자신이 얼마나 두터운 벽에 갇혀 있었는지를...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