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1434

'네 신체비밀이 뭐야?'

'네 신체비밀이 뭐야?' 사랑하니까 사소한 것도 공유하고 싶고 많은 걸 드러내 보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아무리 뜨겁게 타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분명히 자기만의 영역은 존재한다. 그 영역에 누군가 예고도 없이 불쑥 들어온다면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이 '네 신체비밀이 뭐야?'라고 물었을 때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경험할 것이다. - 김혜령의《불안이라는 위안》중에서 - * 사랑을 하면서 서로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안전거리'입니다. 서로 각자의 공간을 존중해 주면서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기본 예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에티켓을 놓치면 무례해지기 쉽습니다. 특히 언어의 무례를 경계해야 합니다. 불쑥 터져 나오는 사소한 말속에 사랑의 격이 드..

고도원 편지 2021.01.20

'고마워'라고 말하라

'고마워'라고 말하라 마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고마워"라고 말하고 그녀에 대한 감탄이 마음에 차오르는 것을 감지하라. 잠시 기도나 가장 마음에 드는 축복을 되뇌면서 사랑을 전하라. 적극적인 사랑의 몸짓을 상상해도 된다. - 타라 브랙의《끌어안음》중에서 - * 사랑에도 단계가 있습니다. 맨 먼저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이름을 부르고 곧바로 사랑을 고백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있어줘서 고마워요", "당신을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되어 고마워요". 고마움을 전달하고, 그다음에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감사에 기초한 사랑이어야 오래갑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1.19

춥다, 나는 혼자다

춥다, 나는 혼자다 춥다, 밤이다, 겨울이다. 나는 집 안에서 충분히 따뜻하지만 혼자다. 그리고 이런 밤에 나는 다시 깨닫는다. 이제 나는 이런 외로운 밤을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이 고독 속에서 행동하고 일하기, 그러니까 '부재의 현전'(in the Presence of Absence)과 늘 함께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롤랑 바르트) - 라르스 스벤젠의《외로움의 철학》중에서 - * 혼자면 더 춥습니다. 긴 긴 겨울밤은 더 춥고 더 외롭습니다. 집안이 아무리 따뜻해도 마음 시린 추위와 외로움이 도무지 가시질 않습니다. 결국은 사람입니다. 사랑입니다. 만남입니다. 사랑과 사랑, 마음과 마음의 만남입니다. 거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이면 됩니다. 마음을 함..

고도원 편지 2021.01.18

문이 열리는 날

문이 열리는 날 고양이 따위 알게 뭐냐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아직 고양이의 문이 열리지 않았던 나를 생각한다. 나에게 그랬듯 그들에게도 어느 날 문득 문이 열리는 날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 문을 열어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 무루의《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중에서 - * 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의 시선과 마음의 온도는 다릅니다. 문이 열렸을 때 그 문을 통해 만나는 것들이 삶에 중요한 시작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 문을 향해 오는 마음의 온도가 다르더라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을 믿고 기다려주고 함께하는 마음이 있어 오늘도 내딛는 발걸음에 희망의 꽃이 피어납니다.

고도원 편지 2021.01.16

'왜 나만 힘들까?'

'왜 나만 힘들까?'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나만 힘든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나만 힘든 사람들은 또한 대부분, 자연스럽게 그다음 순서인 "그래도 너는..."이란 말로 넘어갔다. "그래도 너는, 결혼도 안 하고 혼자 사니까 얼마나 편해.", "그래도 너는, 회사도 안 다니고 자유롭게 일하니 얼마나 좋아. 아파도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랑 똑같니?" 화제를 돌리려고 영화 얘기를 꺼내도, "그래도 너는, 영화 볼 시간도 있어 좋겠다.", 괜히 식물 얘기를 꺼내도, "그래도 너는, 여유가 되니까 화분도 들여놓고 그렇지.", 그래도 너는, 그래도 너는, 그래도 너는... - 강세형의《희한한 위로》중에서 - * '나만 힘든 사람'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다 힘듭니다. 언제나 '나'가 문제입니다. 나를 ..

고도원 편지 2021.01.15

그녀가 당신을 사랑할 때

그녀가 당신을 사랑할 때 이제,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으로 불러온다. 복잡한 관계가 아니면 더 좋다. 잠시 이 사람에게서 당신이 가장 감탄하는 자질을 생각하라. 그녀의 지성, 유머, 친절함, 생기를 떠올려라. 그녀가 당신을 사랑할 때를 그려보라. 선하고 깨어있고 보살펴주는 그녀의 본성을 자각하라. - 타라 브랙의《끌어안음》중에서 - * 첫사랑의 그녀. 그녀를 눈앞에 그려보면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르는 아련함이 온몸을 감싸옵니다. 일생에서 가장 해맑고도 순수했던 시간입니다. 추워도 춥지 않고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았던 충만함과 행복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떠올리면 그 풋풋했던 시절의 첫사랑이 아프고도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1.14

글쓰기 근육

글쓰기 근육 글쓰기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글쓰기에 필요한 근육은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만 키울 수 있고 고생 없이는 조금도 커지지 않는다. 시작부터 잘못된 길로 갈 수도 있고, 가다가 막다른 골목에 이를 수도 있으며, 어느 순간 자기의심에 빠져버릴 수도 있다. - 줄리언 반스 외의《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중에서 - * 글쓰기도 근육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합니다. 그 '규칙적인 운동'의 기본은 독서입니다. 더불어 '고통의 경험'도 중요합니다. 좌절, 실패, 상실, 상처, 깊은 슬픔의 경험도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자양분입니다. 그다음은 습작의 반복입니다. 습작의 반복도 그 자체가 고통입니다. 그 고통을 통해 글쓰기 근육은 더욱 단단해집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1.13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한국말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한자말을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 한국말만 정갈하거나 깨끗하거나 말끔하게 지켜야 하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쓰든 영어를 쓰든, 꼭 쓸 말을 제대로 살펴서 제자리에 알맞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제대로 쓸 수 있을 때에, 영어를 한국말로 옮기든 한국말을 영어로 옮기든 제대로 올바로 알맞게 해낼 수 있어요. - 최종규, 숲노래의《겹말 꾸러미 사전》중에서 - * 한국말은 우리 한국 사람들의 모국어입니다. 이 모국어의 수준을 높이고 제대로 올바르게 쓸 수 있어야 영어도 중국어도 제대로 올바르게 쓸 수 있습니다. 한국말이 우선입니다. 한국말을 한국말답게 구사하는 능력이 먼저입니다. 그다음에 외국어를 배우고 익혀야 올바른 지식인, 지도자 역할을 제대..

고도원 편지 2021.01.12

노래가 시대를 바꾸고 치유한다

노래가 시대를 바꾸고 치유한다 노래가 시대를 바꾸고 치유해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너무 순진한 믿음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노래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 각자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그렇게 위로받은 마음들이 모여서 시대가 조금씩 치유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답답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대를 위로해주는 음반을 꺼내 듣습니다. 미국의 포크 가수 수잔 베가와 블루스 음악가 리아넌 기든스의 음악입니다. - 최대환의《철학자의 음악서재, C#》중에서 - * K-팝, BTS에 이어 최근에는 트롯 열풍이 대단합니다. 코로나로 거리두기와 '집콕'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래가 이 시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의 시간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시대가 노래를 부르고, 노래가 시대를 치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

고도원 편지 2021.01.11

모험을 즐거워하자

모험을 즐거워하자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루이스글릭의《눈풀꽃》중에서 - * '눈풀꽃'은 눈 내린 땅에서 핀 꽃을 가리켜 붙인 이름입니다. 언 땅을 뚫고 구근에서 피어오르는 작고 흰 꽃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살다가 종종 막막함을 느낄 때, 그래서 불안할 때, 그때마다 나는 눈풀꽃을 생각합니다. 막막함이 걷히면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 새해는 그런 희망을 안고 모험을 즐기는 나로 살아보자는 다짐을 해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1.09

'겹말'을 아시나요?

'겹말'을 아시나요? "미리 예약했습니다"나 "박수를 칩니다"가 겹말인 줄 느낄 수 있을까요? "축구를 차다"나 "탁구를 치다"나 "테니스를 치다"가 겹말인 줄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붉게 충혈된 눈"이나 "들뜨고 흥분했네"가 겹말인 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요즈음 "역전 앞" 같은 말을 쓰는 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런 겹말은 워낙 널리 이야기가 된 터라 퍽 쉽게 바로잡기도 하고 사람들 스스로 털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척 많은 겹말은 겹말인 줄 못 느끼면서 쓰입니다. - 최종규, 숲노래의《겹말 꾸러미 사전》중에서 - * '겹말'이란 같은 뜻의 낱말을 겹쳐서 쓰는 것을 말합니다. '초가집', '처갓집', '외갓집', '향내', '늘상', '한밤중'이 대표적인 겹말입니다. 우리 한국말이 한자..

고도원 편지 2021.01.08

삼간지제(三間之制)

삼간지제(三間之制)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 말년에 평생 얻은 것들을 정리하고 몸만 겨우 들일 만한 작은 집에 머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황의 도산서당, 송시열의 남간정사, 조식의 산천재 등 소위 '삼간지제三間之制(선비의 집은 3칸을 넘지 않아야 한다)'의 정신을 남긴 집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 노은주, 임형남의《집을 위한 인문학》중에서 - * 선비에게 '작은 집'은 청빈의 상징입니다. 대신 단아하고 아름다운 집을 지어 값진 문화유산으로 후세에 남겼습니다. 집을 '재산'으로 삼고, 그 재산을 불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면 이미 학문 정진을 포기한 셈입니다. 시대가 흘렀고 풍속도 바뀌었지만 '삼간지제'의 전통을 이어가야 할 '선비'들이 오늘에도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1.07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 당신은 명상, 에너지 치유 그리고 지압, 마사지, 태극권, 요가, 그리고 다른 형태의 신체 운동이 포함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궁극적인 치유자가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혹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은 사실 거의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 안드레아스 모리츠의《건강과 치유의 비밀》중에서 - * 병은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어떤 원인의 결과가 병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많은 전조가 이미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전조가 보일 때, 또는 전조가 나타나기 전에 몸 관리, 마음 관리를 열심히 하게 되면 다가오던 병도 물러나게 됩니다.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꾸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

고도원 편지 2021.01.06

아하! 실마리를 찾았어요

아하! 실마리를 찾았어요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때, 과거에 내가 풀어봤던 경험과 감은 풀이 과정에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비이성의 영역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겁니다. 수학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본 사람은 공감하시겠지요. 문제가 풀리지 않다가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되죠. - 반은섭의《인생도 미분이 될까요》중에서 - * 삶의 문제는 수학과도 같습니다. 답을 찾기가 쉽지 않고 풀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번쩍! 섬광처럼 깨달음과 영감이 다가옵니다. 과거의 풀기 어려웠던 경험,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날 밤새 씨름했던 시간들이 실마리가 되었음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 어떤 고통의 경험도 버릴 것이 없습니다. 오..

고도원 편지 2021.01.05

새해, 다섯 가지 질문

새해, 다섯 가지 질문 나는 관찰하는가, 나는 모방하는가, 나는 몰입하는가, 나는 실행하는가, 나는 함께하는가. 다섯 가지 질문은 하나하나가 창의성을 탐구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는 대(大)주제들입니다. - 이화선의《지금 시작하는 생각 인문학》중에서 - * 어찌 다섯 가지 질문만 있겠습니까. 만 가지 질문이 있을 것입니다. 그중에 '나는 함께 하는가'는 질문이 가장 꽂힙니다. 오래된 아침편지 가족, 이제 막 아침편지를 받기 시작한 분들과 이 코로나 시대에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