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1430

동작대교 위에서

동작대교 위에서 모든 것들이 지나간다 차도 지하철도 사람도 그 위로 바람도 햇빛도 소리 없이 지나간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지나간다 각자의 슬프고 아름다운 사연들을 안고서 힘겹게 눈물겹게 가고자 하는 것들은 그냥 가게 하여라 어제도 지나갔고 오늘은 지나가고 있고 내일도 무심히 지나갈 것이다 그렇구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지나가는구나! 동작대교 위로 - 이규초의 시집《사랑에 사랑을 더하다》에 실린 시〈동작대교 위에서〉에서 - * 동작대교 위에서 바라보면 모든 것들이 지나갑니다. 움직이는 모든 것, 살아있는 모든 것들, 강물 따라 바람 따라 지나갑니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22년 3월9일 역사의 강둑에서 바라보면 또 하나의 거대한 강물 줄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굽이치듯 흐르면서 지나가고, 지나가면서 다..

고도원 편지 2022.03.10

수많은 생각, 서로 교차하고 겹쳐지고

수많은 생각, 서로 교차하고 겹쳐지고 나의 의식 속에 단 하나의 생각, 단 하나의 상태, 단 하나의 걱정거리만이 있던 적은 단 1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내 머릿속은 언제나 잡동사니를 넣어두는 곳 같았습니다. 수많은 감각, 생각, 욕망, 연상, 어렴풋한 기억, 계획들이 서로 교차하고, 겹쳐지고, 때로는 뒤섞여 있습니다. 이것은 정상적이고 평범한 상태이며,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일 겁니다. - 로제 폴 드루아의《내게 남은 삶이 한 시간뿐이라면》중에서 - * 큰일을 치를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쉽습니다. 오만가지 생각, 걱정, 고민, 기억들이 뒤범벅이 되어 서로 교차하고 겹쳐집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잡동사니가 아무리 가득해도 판단까지 흐려져서는 안됩니다.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과 행동이 필요합니다. 머..

고도원 편지 2022.03.09

고단함의 발명

고단함의 발명 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 상당 부분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 김영민의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중에서 - * 삶은 늘 고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단함은 항상 반복되고 그 고단함의 반복을 제거할 수도, 피해 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고단함을 견디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어제보다 더 고단한 일이 다가와도 어제보다 더 잘 견딜 수 있도록 ..

고도원 편지 2022.03.08

고전과 역사를 읽어라

고전과 역사를 읽어라 삶이 던지는 문제에 대처하려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기술 혁명은 들불처럼 일어나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위대한 고전과 역사를 읽어라. 변하지 않는 지혜는 그 속에 있다. - 찰스 핸디의《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중에서 - * 고전은 독서의 백미이고, 역사는 세상 공부의 핵심입니다. 공통점은 인문학적 소양과 지혜입니다. 고전과 역사책을 읽는 것도 시기가 있습니다. 시기를 놓치면 지혜의 우물이 바닥난 채로 그럭저럭 나이 들게 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3.07

이 시대의 영성

이 시대의 영성 그릇이 깨지면 담겨 있던 게 다 쏟아지듯, 죽으면 육체도 욕망도 다 없어집니다. 깨지고 쏟아져도 남아 있는 빈 공간, 모든 그릇의 비어 있는 부분 보이드, 그게 스피릿이에요. 스피릿은 우주의 것이지요. 내가 죽으면 내 안에 있던 우주의 스피릿은 남아 있어요. 그래서 영성이 중요한 것이예요. 몸뚱이도 내 것이고 마음도 내 것이지만 영혼만은 내 것이 아니예요. - 이어령의《메멘토 모리》중에서 - * 사람의 몸은 우리의 정신과 영혼을 담는 그릇입니다. 그릇의 목적은 무언가를 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그릇을 비우면서 늘 새로운 것을 채우기를 계속해야 합니다. 언젠가는 그 그릇이 깨지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신은 살아남습니다. 이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던 故 이어령 박사가 죽음을 앞두..

고도원 편지 2022.03.05

농촌을 살리는 길

농촌을 살리는 길 이제 우리나라도 농촌에는 멋진 농장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농장을 효율적으로 경영하려면 농로나 물 공급 시설 등 인프라를 잘 갖춰야 한다. 농장을 만드는 데는 농지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한 것이다. 제2의 농지 정리 사업이 필요한 시기다. - 박현출의 《농업의 힘》 중에서 - * 멋진 농장, 꿈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15년 넘게 농촌에 살다 보니 농촌의 여러 문제를 가까이서 접하게 됩니다. 농촌의 저출산, 고령화도 심각합니다. 드넓은 초등학교엔 학생이 귀하고, 제가 사는 읍면의 중학교는 전교생이 25명입니다. 제2의 농지 정리 사업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 올 수 있도록..

고도원 편지 2022.03.04

코리안 디아스포라

코리안 디아스포라 나의 수식어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하던 중에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을 접했다. 처음에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을 지칭하는 표현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에 살면서, 여러 국가에서 자신을 코리안으로 소개하는 다양한 친구들과 마주치며 디아스포라가 유대인뿐 아니라 대대로 이어 온 삶의 터전인 본국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통칭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전후석의《당신의 수식어, 더 큰 세상을 위한 디아스포라 이야기》중에서 - * 우리에게도 750만 명의 디아스포라가 있습니다. 그중 24세 이하의 청소년이 250만 명입니다. 단 1%라도 우리 피가 섞인 인구는 2억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흔히 '몽고반점'으로 통칭되는, 같..

고도원 편지 2022.03.03

젊은 시절에는 갖기 어려운 마음

젊은 시절에는 갖기 어려운 마음 젊은 시절에는 갖기 어려운 마음가짐입니다. 빠르지 않아도 좋아요. 그러나 우리 포기하지 말고 한 걸음씩 걸어요. 성공을 향해서가 아니라 행복을 향해서. 거기에서 우리는 다 같이 만날 테니까. - 이문수의《누구도 벼랑 끝에 서지 않도록》중에서 - * 젊음의 특권이 있습니다. 젊기 때문에 가능하고 용인되는 것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빠지기 쉬운 함정이 성급함입니다. 무슨 일이든 빠른 것이 좋다는 생각에 조급해집니다. 그 때문에 겪는 낙심과 좌절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 나이 들면서 얻는 지혜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3.02

길가메시여,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길가메시여,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둘러 대장간으로 갔네. 거기서 대장장이들이 앉아 의논했네. 그들은 멋진 손도끼들을 만들었고, 도끼의 무게는 각각 3달란트였네. 길가메시여,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멀리, 골똘히 보시기를, 믿을 수 있는 일격을 가하시기를! '앞에 가는 자가 동행자를 구제하며, 길을 아는 자가 친구를 보호하리라.' - 작자 미상, 앤드류 조지 편역의 《길가메시 서사시》 중에서 - * '길가메시 서사시'. 인류 최초의 신화를 점토판에 풀어낸 가장 오래된 대서사시입니다. 인간의 근원적 질문인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등에 대한 고대 수메르인들의 생각과 세계관이지만 오늘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현답이 담겨 있습니다. 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3달란트(약 100kg, 1달란트는 2..

고도원 편지 2022.03.01

우리는 힘든 일을 치렀어

'우리는 힘든 일을 치렀어' 어쩌면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은 '난 아무것도 되지 못했어'가 아닐 수 있다. '우리는 힘든 일을 치렀어, 삶은 큰 실험이었지. 하지만 지금 우리를 봐, 아주 많은 걸 이뤘잖아'가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 에이다 칼훈의《우리가 잠들지 못하는 11가지 이유》중에서 - * 살다보면 받아들이기 힘든 아픔과 시련들이 많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닥쳤지?'라며 분노하고 낙심과 절망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견딜 수 없이 힘든 시련을 큰 실험으로 받아들이고 그를 통해 얻은 것, 이룬 것을 생각하며 새로운 동력으로 삼으면 감사할 일이 생깁니다. 희망이 보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2.28

선선한 거리

선선한 거리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떠남'을 생각했다. 진즉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선선한 거리를 두고 살았다면 그것 역시 '떠남'과 다르지 않았을 텐데... 굳이 이렇게 짐 꾸려 떠날 일은 아니었다. 처음 선 자리에 계속 버티고 서 있는 한 그루 큰 나무이고 싶었다. - 양희은의《그러라 그래》중에서 - * 힘이 든다고 느낄 때 그 자리를 떠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것 같은 꿈을 꾸게 됩니다. 한 번 '떠남'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짐을 꾸려 떠나야만 행복할 것 같아 밤잠도 못 자고 내가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천 가지 생각합니다. 처음 선 자리를 떠올리며 선선한 거리를 두고 여유롭게 바라보면 멋지게 뿌리내리며 자라온 한 그루 나무같은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음의 미소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고도원 편지 2022.02.26

누가 내 삶의 승자인가

누가 내 삶의 승자인가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 대회다. 나 이외는 누구도 나를 시험할 수 없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면 모두가 승자다. - 찰스 핸디의《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중에서 - * 내 삶은 내가 주인이라는 사람은 어떤 역경에서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시험하고 스스로 이겨냅니다. 내가 나를 승자로 만듭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2.25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내 눈은 빛도 감별 못 한다. 일상생활 속에 별다른 조명 기구가 필요 없다. 자칫하면 몇 날 며칠 불을 켜 둔 채 지낼 위험이 크다. 자취하던 대학 시절부터 수시로 전기 전원을 확인했다. 동탄 신도시로 이사한 혜은 집에 놀러 갔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있는데, 문밖에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장실에 누구 있어? 불이 꺼져 있는데?" 막내 제부 목소리였다. 유주가 말했다. "이모부, 우리 엄마는 캄캄해도 잘 보여요." 또랑또랑한 유주 목소리에 아픈 웃음을 깨물었다. - 김성은의 《점자로 쓴 다이어리》 중에서 - * 빛 없이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니, 빛을 못 보고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등이 켜져 있든 꺼져 있든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그 불편함을 제대로 ..

고도원 편지 2022.02.24

홍도 흑산도 여행

홍도 흑산도 여행 여름휴가 낌새가 전혀 없던 남편이 느닷없이 휴가를 받고 들어와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 우리 부부는 여행 떠날 마음과 배낭 꾸리기가 늘 준비되어 있다. 언제나 경비가 걱정이긴 했지만. 이 세상을 떠나는 그때가 느닷없이 닥친다 해도 준비를 끝낸 여행자처럼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어야 할 텐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사는 동안 열심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겠다. 이번에는 홍도와 흑산도에 가기로 했다. - 원숙자의《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중에서 - * 언제든 여행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부부라면 제법 잘 사는 부부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여행을 떠나자고 말하는 남편이나, 그 말을 듣고 곧바로 배낭 꾸러미를 챙기는 아내나, 다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낭만과 여유, 휴식과 충전..

고도원 편지 2022.02.23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변화는 막을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라. 아침마다 우리를 침대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 찰스 핸디의《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중에서 - * 세월은 사람의 몸을 변화시킵니다. 생각도 마음도 함께 변화를 겪습니다. 문제는 그 변화가 어떤 방향이냐는 것입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변화, 건강한 변화, 행복한 변화가 아침마다 당신을 잠깨우게 하십시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