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로라의 그리움|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슬픈 로라의 그리움 松竹 김철이 낮에 피는 꽃 제 잘 나 피는 줄 아느냐 단비 내려 은혜로운 날에 하늘의 축복으로 필 테지 불을 찾는 부나비도 아닌데 밤이슬 벗을 삼아 쓴웃음 파는 광대로 사는 네 팔자 산 팔자 물 팔자로구나 산을 닮아 산 팔자 물을 닮아 물 팔자 다 내어주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물이라 하겠네 행여 지난 세월 그리워질 때면 눈을 감고 노을빛 가슴으로 연민뿐인 네 생을 불살라 어둠을 밝히고 제로 묻혀갈 한 줄기 빛이 되어라 개인♡시집 2021.01.02
뒷모습|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뒷모습 松竹 김철이 돌아보지 말아라 네 걸어온 뒷길을 해는 내일도 뜬다더군 아침에 거울을 바라보아라 소나무 두꺼운 껍질 속에 속살이 돋듯이 세상이 네게 준 상처 가슴에 딱지로 앉히지 말기를… 지구도 둥글고 세상도 둥그니 네 마음 둥글게 다져 모난 네 모습 달을 닮아 하룻밤을 밝혀 주렴아. 가로등 없는 밤길을 걸어도 앞서가는 사람 뒷모습은 보지 말고 뒤따라 걷는 사람 초롱불 되어 밝아올 새벽을 노래하자 개인♡시집 2020.12.26
나비야 청산 가자|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나비야 청산 가자 松竹 김철이 풍차 같은 세상사 똥짐 지고 덩달아 돌다 보니 어지럽기 그지없어 지조도 절개도 잃은 지 오래일세 다 놓고 가라시는 선조들 크신 말씀조차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으니 인생의 뿌리조차 흔들림이 당연지사 유수 같은 세월이라 물같이 바람같이 흐르라는 가르침 뒤로 하고 제 뜻대로 살았으니 부질없을 인생사 욕심으로 내를 이루리 험한 세상 먼 길이라 한 마디 가슴으로 살 수가 없었더냐 세 마디 가슴인데도 가볍기가 종잇장 같구나 너를 닮고 싶은 심정 꿀떡이니 나비야 청산 가자 개인♡시집 2020.12.19
되새김질|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되새김질 松竹 김철이 한쪽 귀퉁이 이 빠진 사발 아침에 먹다 남은 식은밥 한 덩이 시장기 반찬 삼아 배추 시래깃국 국물 부어 말아 먹던 그 모습도 누런 콧물 빼물고 칼바람 혹한 두렵다 하지 않으며 눈썰매 적토마 몰아 빙판을 달려 천하를 호령하던 그 표정도 아련한 추억으로 되살아나 외양간 여물 먹는 소가 되어 과거에 얽매여 울고 웃는 인간의 본성 뉘라서 쉬 알리 개인♡시집 2020.12.15
다듬잇돌 소리|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다듬잇돌 소리 松竹 김철이 아직도 아련한 그 소리 가슴에 사무치는 모정이 되어 오늘도 귓전에 맴돌다 사라진다. 인생은 늙어도 추억 속 시절은 늙지 않는 것 철없던 시절 낮잠 자는 나의 머리맡에 한 소절 어머니 자장가로 단잠 재우더니 이 순간 현실 속 단잠을 깨운다. 누가 지은 곡조이고 누가 지은 가사인지 세상 제일의 노래가 되어 신발도 신지 않고 온 동네 뛰놀다 해질녘에 돌아온다. 해 묶은 여인의 가슴앓이 엇박자 장단 속에 하루해가 저물어 서산마루 붉게 걸터앉는다. 개인♡시집 2020.12.05
산길|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산길 松竹 김철이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구비, 구비 열두 구비 봇짐장수 한이 서려 뻐꾸기 외로운 울음으로 남는 곳 깊은 계곡 흐르는 옥수 선녀가 내려와 나무꾼 넋을 빼놓고 사랑이란 사슬로 사지를 혼탁케 했던 원천이여 달빛도 넘다 지쳐버릴 산기슭마다 허리 잘린 산하의 비명이라 그 옛날 물 좋고 산수 좋다던 그 말 이제는 전설 속 그리운 몇 마디 설화로 남는구려 개인♡시집 2020.11.28
천생(天生) 그 삶의 향기를 따라서|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천생(天生) 그 삶의 향기를 따라서 松竹 김철이 가진 것 별로 없지만 해 뜨는 내일이 있기에 이 순간 삶이 힘겹게 하여도 동지섣달 눈밭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오늘 주어진 몫이 천복(天福)이라 하겠네 속고 속이는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 하여도 더 갖고픈 욕망(慾望) 버린 지 오래이라 한 근도 채 못 되는 마음에 세상 제일의 황새 날개를 달더군 가난한 가문의 후손이라 유년(幼年) 시절 뜨거운 눈물 숱하게 흘렸건만 영혼보다 더 아끼고 사모하는 이 동행해 주니 고향 갈 발걸음 나비와 같더라 가져갈 것 하나 없는 이 세상 옷 한 벌 걸쳤으니 모래바람 판을 치는 광야(廣野)에 홀로 누워도 마음의 꽃불 절로 필 테지 불 꺼진 창가에 두견(杜鵑)새 슬피 울어도 먼 냇가 물안개 피기에 반딧불이 꽁지에 실 꼬리 달아.. 개인♡시집 2020.11.21
소박한 삶|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소박한 삶 松竹 김철이 봄들에 절로 피는 민들레 홀씨의 헌신적 몸짓에서 늘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시는 천명을 절로 새겨듣는다. 나그네 본분을 다하려는 듯 저 홀로 가는 구름아 어차피 홀로 가야 할 귀향길에 비라도 벗 되게 해 주기를 수많은 세월이 말없이 흘러 품지 못할 시절의 아픔이 되어 이미 떠나버린 내 임의 목소리로 남아도 아름답던 추억의 솔밭길을 걸으리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건 또 다르게 찾아올 미래가 있기에 물젖은 솜처럼 세상 저 깊은 물속으로 젖어보련다. 개인♡시집 2020.11.14
잎새의 운명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잎새의 운명 松竹 김철이 어차피 홀로 가야 할 길 뉘라서 막을 수 있으리 가지에 맺은 정 식기 전에 한 줌 토양으로 남아야지 바람 부는 날이면 흔적조차 찾을 길 없어 버려질 몸뚱이 돌아갈 길이 묘연하나 돌이켜 생각하니 풍요롭던 그 시절 아름다움은 이다음 더 따뜻한 연을 맺으라는 천지의 지엄한 명이라 하겠네 개인♡시집 2020.11.07
피맛골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피맛골 松竹 김철이 누구를 붙잡고 사정할까 이 절박한 심정 어디에 비하리 살점을 도려내는 이 아픔조차 외면하고 싶어라 지존하신 양반들 말발굽 소리를 피해 하나둘 숨어들어 막걸리 몇 되 빈대떡 몇 장에 서민들 육백 년 추억이 어울려 숨 쉬던 곳 이제 와 들여다보니 가슴에 피가 맺힌다. 몇 대에 걸쳐 순박한 행복 청춘이 꿈꾸며 살던 우리의 고향 모정 같은 손길로 늘 지켜줄 줄 알았는데 육백 년 정 뒤로 하고 헤어질 운명이 원망스럽더라 못 먹고 못 살던 시절들의 모습이나 지난 시절의 그림자 영영 오지 못할 구천 길 오른다니 가슴이 메 절로 조여 온다. 그 따스했던 손길 그 다정했던 마음 고등어 살타는 냄새로 온 국민 마음속에 영원불멸 머무시길… 개인♡시집 2020.10.31
물오른 가지 끝에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물오른 가지 끝에 松竹 김철이 아장거리는 봄의 걸음 꽃샘추위 두려워 뒤뜰에 멈춰 섰는데 개나리 노란 꽃 시절의 태동을 알린다. 흐르지 못하는 계곡 속 개구리 아직도 단꿈을 꾸는데 계곡물 억지로 가자 울고 진달래 빨간 꽃 계절의 불을 지른다. 양지바른 앞뜰 약병아리 반나절 조는데 시절의 가지 끝에 매달린 씀바귀 조심스레 아래로 기어 내린다. 개인♡시집 2020.10.24
대지진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대지진 松竹 김철이 경제 대국의 콧대 높은 위상 대자연 새끼손가락 한순간 움직임에 초토화되어 자존심은 온데간데없고 허울 좋은 인력으로 세워져 모래 위 홀로 선 일본열도 강풍에 호롱불 신세 로고 아서라. 말아라. 눈 감고 아옹 하는 꼴일랑 인간사 죄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법 정녕 머리 조아려 사죄할 땐 콧대 세우고 황금 앞에선 두 눈 꼼 감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니 하찮게 여긴 대자연 앞에 맥을 못 추누나 개인♡시집 2020.10.17
철새는 날아가고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철새는 날아가고 松竹 김철이 초목들 잠이 들고 논두렁 허수아비 편히 쉬는데 노을이 곱게도 물든 서산마루 외로운 기러기 홀로 날더라 물보라 도도히 피는 건 아직도 여전한데 오염된 호숫가 먹이 찾던 청둥오리 옛 시절 그리워 눈물 없는 울음을 삼킨다. 가을로 가는 길이 멀기도 하구나 봄부터 이어지는 나그네 신세 허기진 굴뚝새 초가 굴뚝 구수한 된장 내음 군침을 삼키네 남의 덕에 사는 얌체족 뻐꾸기 종족 보존 위해 텃새 둥지 속 분신을 낳아놓고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치더군 개인♡시집 2020.10.10
빈터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빈터 松竹 김철이 지난 세월의 아쉬움 덜 닫힌 마음의 창을 흔드는데 제비 한 쌍 창공을 가로질러 붉은 노을 따라 사라진다. 인생은 죄다 허상이라 영영 품을 수 없기에 넋이라도 묻힐 빈터 한 평 얻으면 그것이 천국 땅이라 하겠네 개인♡시집 2020.10.03
거적(巨賊) 저놈의 꼴상 좀 보소_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거적(巨賊) 저놈의 꼴상 좀 보소 松竹 김철이 옛말에 이런 속담(俗談) 있었지 똥 누러 갈 때 급해도 뒷일 보고 나면 그만이라고 세상 감언이설(甘言利說) 경연장에서 방금 돌아와 신발 끈도 풀지 않은 듯 두 손이 닳도록 비비고 아양 부려 천심마저 속여 돌려 앉혀놓고 합법적 도둑질하는 꼴이 눈 가리고 아옹일세 민심이 천심인 걸 어느새 잊으셨는지 백성들 신음(呻吟) 애써 외면하고 팔짱 낀 채 먼 산만 관망이시구려 동심(童心)이 들어도 웃을 일 허공을 나는 새가 들어도 웃을 일이지 배고픈 이, 투성인데 멀쩡히 흐르는 강 물꼬는 왜 돌려놓누 이보시오. 벗님네요! 그렇게들 산다 하여 공덕비(功德碑) 하나 세워줄 미친놈 없을 테니 한 번뿐인 인생살이 제대로 살다 가시구려 개인♡시집 202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