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당신의 위로

松竹/김철이 2026. 7. 20. 18:00

당신의 위로

 

 

바람결 따라 살랑이는 초록 잎들. 저마다 자기만의 모양과 빛깔로 기쁨에 겨운 춤을 춥니다. “다 죽여버리 고 감옥 가서 편히 쉴 거예요.” 두 팔다리에 자해 자국 이 낭자한 아이도, 분노 조절이 어려워 학폭 가해를 하 고 교권을 침해한 아이도, 무작정 화부터 내고 보는 적 대적 반항장애 아이도, 어쩔 수 없이 정신과 입원 치료 까지 해야 했던 아이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초록의 아이 라는 걸, 저는 이곳 햇살마당에서 배워가는 중입니다.

 

햇살마당은 학교 부적응 초등학생을 위한 가정형위 (Wee)센터입니다. 지역에 거주하는 누구라도 대안교육 을 받으러 올 수 있지만 ‘학교보다 몇 배는 즐거운 곳’ 이라고 아이들은 속삭입니다. 학교에서 소외와 외로 움으로 겉돌던 아이들이, 돈보스코의 예방교육 안에 서 목소리가 날로 높아집니다. “저는 잘못 태어났나 봐요. 화를 안 내고 싶은데 그게 안 돼요.” 뚝뚝 눈물 흘리던 아이조차 ‘폭발이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믿으 며 버텨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조금씩 나아집니다.

 

물론 처음부터 인내하는 마음이 있었던 건 아닙니 다.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어요. 그런데 아이가 나아지지 않더 라고요. 죽고 싶었어요.” ‘엄마 없는 아이’라는 말은 듣 게 하고 싶지 않아 마음을 바꾸었다고 어느 자매는 말 했습니다. 그러나 담담한 어투와 달리 쉴 새 없이 흐르 는 그녀의 눈물은 제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어떻게든 아이를 변화시키고 싶어 조급해졌고, 애를 쓸수록 그

노력은 또 다른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어여쁜 아이들 이 겪고 있는 삶의 무게가 너무 슬펐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무력감은 발걸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어두운 내 안의 목소리에 길 잃은 어느 날, 출소자 재활을 돕는 ‘빵 만드는 신앙 공동체’ 이야기를 직접 들 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재활공동체는 운영에 어려 움이 많았지만 돕고자 하는 손길이 더 많았습니다. 그 리고 설립 때부터 음악 피정을 동반하고 있다는 가수 김정식 형제님은 영성체 후 묵상 곡으로 <가난한 새 의 기도>를 들려주었습니다. “꼭 필요한 만큼만 먹고/ 필요한 만큼만 둥지를 틀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새처 럼/ 당신의 하늘을 날게 해주십시오.” 이 가사는 마치 제게 하느님이 말씀하시는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괜찮다. 아이들이 커서 감옥에 간다고 해도, 정신 병원을 간다고 해도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나는 거기 서도 누군가를 통하여 계속 나의 일을 펼쳐갈 것이다.” 하느님 사랑의 위로와 다독임. 나는 그저 그분이 오늘 내게 맡긴 아이들을 사랑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 니다. 신기한 건, 그날 수도꼭지 같은 눈물을 흘리고 나서 제게 일어난 변화였습니다. 슬픔과 무력감 대신 아이들이 그저 예쁘게 보였습니다. 저마다 상처 속에 숨겨진 푸르른 생명력도 눈부시게 다가왔습니다.

 

오늘도 하늘이 맑고 드높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을 낱낱이 알고 계시고 그늘진 눈물을 닦아주시는 하느님 4 서울주보 과 함께 소중한 오늘을, ‘가난한 새’처럼 날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