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에서 키우는 말씀 씨앗
백동수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연수)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에서는 수환의 어머니가 어린 수환에게 마음 밭에 뿌려진 씨앗을 이야기해 주는 장면이 소개됩 니다. 어린 수환은 어머니를 호강시킬 생각에 돈을 많이 버는 인삼 장수가 되기로 합니다. 이에 어머니는 수환이 마음이 어머니 대신 천주님으로 가득 채워졌 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이 “마음 밭”이라는 단어 하나는 우리에게 하느님 말씀이 뿌려지고 싹이 돋아 나는 오늘의 복음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성경 통독을 할 때면 말씀이 온 존재를 꿰뚫을 때가 있습니다. 내면의 가장 깊은 곳, 영혼의 중심 까지 하느님 말씀이 작용하여 그 여운은 매우 오 래갑니다.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면서 그 말씀이 자 신의 것으로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 황이 매일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맡은 여러 역할과 인간관계 안에서의 갈등, 욕망에서 올라오는 유혹으로 인하여 하느님 말씀에 대한 집중이나 침잠(沈潛)이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현실의 상황과 복음이 괴리되어 하느님 말 씀보다는 현실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자기 자신과 타 협하는 때도 있습니다. 복음이 추구하는 진리를 따 라가서 하느님께서 알려주시는 진정한 행복 안에 머 물고 싶지만 현실이라는 큰 가시덤불 속에 갇힐 때 면, 하느님 말씀의 씨앗을 키워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 말씀을 우리 마음 밭에 뿌려 싹을 잘 틔 워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하느님께 서는 우리가 하느님 말씀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과정 과 노력도 아름답게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교회의 전통으로 내려져 온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 성경 통독 등을 통하여 우리는 일상안에서 하느님 말씀을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길 수 있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머무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두 가 지로 설명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첫째는 기록입니다. 성경 말씀을 필사하거나 말씀을 묵상하고 그에 따 라오는 각작의 성찰 내용을 적는 것입니다. 둘째는 시간입니다. 성무일도로 대표되는 시간 전례가 하느 님을 잊지 않기 위한 교회의 전통에서 나온 기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말씀을 묵상하기 위하여 하 루의 일정한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어 하느님 말씀에 머무르고 그에 따른 성찰이 뒷받침될 때 우리의 의식 안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이 일어납니다. 앞서 말씀드린 영혼의 중심까지 하느님 말씀의 뿌리가 내리는 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말하는 “땅 을 적시어 기름지게 하고 싹이 돋아나게 하여 씨뿌 리는 사람에게 씨앗을 주고, 먹는 이에게는 양식을” 주는 생명의 역동과도 연결될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뿌리고 키우기 위한 용맹정진(勇 猛精進)의 길이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 모두 진심(盡心)을 더하고 전력 (全力)을 다하여 말씀 안에 뿌리를 깊게 내리는 신앙인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합니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입니다.”(성 예로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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