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다시 싹을 틔우는 씨앗들” | 김영인 사도요한 신부님(칠성성당 주임_육군 제7보병사단 )

松竹/김철이 2026. 7. 9. 10:00

“다시 싹을 틔우는 씨앗들” 

                                               

                                                     김영인 사도요한 신부님(칠성성당 주임_육군 제7보병사단 )

 

 

저는 주일 오후마다 신병교육대대 공소에 가서 훈련병 친구들을 만납니다. 개신교에 비해 많은 수 는 아니지만 매주 성실히 미사에 참여하는 훈련병 친구들을 볼 때마다 멀고 험한 길을 열심히 운전해서 찾아가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당에 오는 친구들 중에서, 유아세례를 받고 성당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친구나 초등학교 때 첫영성체를 하고 한 번도 나오 지 않았던 친구들이 성당에 많이 보입니다. 저는 이 곳에서 만나는 5주라는 기간 동안 이 친구들의 첫 영성체와 고해성사를 도와주며 군대에서 다시 하느 님을 만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종교가 없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냉담하며 살아왔던 이 친구들이 간식도 잘 나오고 앉으라 일어서라 강요하지 않는 다른 종교를 가지 않고 “왜 굳이 성당을 찾아왔을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그 답을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습 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립니다. 어떤 것은 길가에, 어떤 것은 돌밭에, 또 가시덤불 속에 그리고 좋은 땅에 씨앗이 떨어집니다. 열매 맺기를 실패한 씨앗들도 있었지만, 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은 수없 이 맞은 열매를 맺습니다. 그런데 씨 뿌리는 사람이 혹여나 실패할까 걱정하며 아예 씨를 뿌리지 않았 다면, 씨앗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볼 일말의 희망도 없이 싹 한번 틔워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어갔을 것입니다.

 

그렇게 정말 오랜만에 성당에 찾아온 친구들도 성령께서 신앙의 싹을 틔워보려고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부모님 또는 친구들을 통해 어렸을 때 뿌 려진 ‘세례’라는 씨앗을 통해서 뒤늦게 싹을 틔우고, 어쩌면 말라버렸던 싹과 같을지라도 다시 생기를 얻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세례라는 씨앗이 없었 다면, 이 친구들이 언덕 위 성당까지 매번 군가를 부르며 올라오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세례라는 씨앗을 잊지 않고 성당에 다시 찾아온 친구들이, 힘들 때 다시 잠깐 싹을 틔우고 다시 메말라 버리는 그런 신앙이 아니라, 좋은 땅에서 싹을 틔워 수십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도 합니다. 자칫 척박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군 생활이 이 친구들에게 오히려 좋은 토양이 되어 군대에서 신앙을 다시 배우고 전역해서도 각 본당에서 100배, 1,000배의 열매를 맺어가는 훌륭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훈련병들뿐만 아니라 군종교구의 모든 신자 분들도, 그리고 여러 이유로 쉬는 교우분들에게도 하느님께 받은 마음속 씨앗이 더 잘 자라나고 또 하나의 열 매를 맺는 이번 한 주간 보내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