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고통을 통한 빛의 체험

松竹/김철이 2026. 7. 7. 14:00

고통을 통한 빛의 체험

 

 

작년 5월, 저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고향 아시시에서 8 일간 대피정을 하였습니다. 성경을 묵상하고 홀로 기도하 며 성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거리를 걸을 때, 마치 현실을 떠나 중세의 삶 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 례객들이 떠난 밤에는 신비로운 고요 속에서 주님과 대화 하는 행복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다미아노 성당을 자주 찾았는데, 그곳은 성녀 클라라 수녀님이 평생을 지 내고 눈을 감으신 자리이며, 프란치스코 성인이 병으로 고통받으시던 때 머무르셨던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피 정의 백미였는데, 극심한 눈병으로 빛을 볼 수 없던 시기 에 성인이 태양의 찬가를 지으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큰 경이로움과 감동을 느꼈고, 주님을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성인이 고통을 통해 하느님을 만난 체험을 묵상하다가 그때까지도 제 안에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한 하나의 질 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고통의 의미가 무엇일까? 선 하신 주님은 우리에게 왜 고통을 체험하게 하실까? 고통 의 어둠을 통해 정화되지 않으면 인간이 진정한 자기 정 체성을 찾지 못하기 때문일까?’ 문득 7남매를 기르시며 지혜를 터득하신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애들이 어떤 순간에 몸이 많이 아프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훌쩍 커 있는 겨. 아마 그렇게 해서 어른이 되는가 벼. 참 별나지.”

 

제 삶을 돌아보니, 수도 생활에 적응하고 하느님의 얼 굴을 발견한 것도 여러 번의 어둔 밤을 지나면서였습니 다. 제 뜻을 앞세워 달리던 삶은 결국 인간의 계획만으로 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음을 깨닫게 하였고, 모든 것이 하 느님께 달려있음을 체험하게 하였습니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 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제 자신의 약함에 너무 놀라 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빠졌던 기억이 있습 니다. 어디에서도 위로를 받을 수 없던 그 순간에 가장 편 안한 곳은 역시 성당이었습니다. 감실 앞에서 아무런 생 각도 바람도 없이 시끄러운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한없이 그냥 침묵 속에 머물러 있었지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 지도 의식하지 못한 어떤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바오 로 사도의 말씀이 제 마음에 수직으로 꽂히듯 내려앉았습 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로마 14,8)

 

평상시에 거의 떠올리지도 않았던 이 말씀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와 제게 큰 위안과 평화를 주었고 신비롭게 도 큰 근심이던 건강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었습니다. 저 에게 그 순간은 하느님 현존의 신비를 체험한 은총의 때 였습니다. 그날 이후 이 말씀은 저를 저의 자리에 있게 하 고, 저를 이끄는 생명의 말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