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세상의 칼 앞에 평화의 복음을 외치는 이 | 박찬규 미카엘 신부님(운암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6. 6. 28. 10:00

세상의 칼 앞에 평화의 복음을 외치는 이

 

                                                                              박찬규 미카엘 신부님(운암동 본당)

 

 

 

매년 교황 주일이 다가오면 교회는 베드로 사 도의 후계자이자 최고 목자로서 전 세계 신자들 의 영적 스승인 교황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런 데 최근 무력 충돌과 전쟁을 강하게 비판하신 교 황님의 말씀을 가톨릭 신자인 JD 밴스 미국 부 통령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오늘날 교황님께서 세상에서 수행하 시는 직무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지난 4월 교황님께서는 “하느님은 어떤 전쟁 도 축복하지 않으신다. 평화의 왕이신 그리스도 의 제자라면 과거에 칼을 들었거나 오늘날 폭탄 을 떨어뜨리는 이들의 편에 서지 않는다”라는 평 화의 메시지를 던지셨습니다. 하지만 부통령은 교황님께 신학적 발언을 하실 때 더 신중해야 한 다고 반박했습니다. 정교분리 원칙과 국익의 관 점에서 보면, 부통령의 말은 나름 현실적이고 타 당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과연 교회의 역할, 그리고 교황의 역할 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 니다.

 

세상은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마태 5,38)라 고 말하며 총과 폭탄의 폭력적인 힘을 믿습니다. 그리고 이 힘으로 자기 뜻을 반대하는 이들을 억 압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복음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마태 5,44 참조)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교황님께서 세상의 불의와 폭력을 향해 목소리 를 높이시는 것은 개인으로서 견해를 내세우시 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자 로서 하느님의 마음을 대변하여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외치시는 것입니다.

 

교회는 급변하는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세상에 ‘사회교리’라는 이름으로 복음의 빛을 비 추는 사명을 수행해야 합니다. 교황님께서 “권 력자들이 두렵지 않으며, 복음의 메시지를 계속 소리 높여 외치겠다”고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 습니다. 교황의 직무는 영광스럽기만 한 자리가 아니라 위정자들이 외면하는 인류의 아픔을 바 라보며, 세상의 모든 갈등을 짊어지는 자리인 것 입니다.

 

이번 교황 주일, 세상의 권력 앞에서도 두려 움 없이 복음의 진리를 외치시는 교황님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세상이 칼과 폭탄의 힘을 믿을 지라도, 우리는 교황님과 함께 평화의 왕이신 예 수 그리스도의 길을 걸어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