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 | 최정훈 바오로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松竹/김철이 2026. 6. 27. 10:00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사람 

 

                                                      최정훈 바오로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어느 날, 우연히 라디오에서 사연을 들었습니다. 자신 이 만든 빵을 먹고 기뻐할 손님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빵 을 굽는 친구를 소개하며, 그 진심어린 마음에 격려와 응 원을 전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연을 소개한 진행자는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친구의 모습도 아름답지만, 아름다 움을 볼 줄 아는 청취자님의 마음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세상은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하느님 나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느님 나 라는 하느님의 뜻이 실현되는 곳이기에, 하느님 뜻이 알 려지고 받아들여지는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므로 하 느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는 사람들뿐 아 니라, 하느님의 뜻을 알아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 역시 하느님 나라 건설에 동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 씀을 전하는 일과 그 말씀의 참된 가치를 알아듣고 받아 들이는 일, 이 둘은 사실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하느님 나라를 세우는 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바로 이 두 부류의 사람들에 대 해 이야기합니다. 제1독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엘 리사 예언자와, 그를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2열왕 4,9)으로 알아본 수넴 여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넴 여인은 엘리 사가 하느님의 사람임을 알아보고 그를 정성껏 돌보며 아 낌없이 지원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파견 한 사도들과,(마태 10,37–39 참조) 그들을 당신의 제자로서 받 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해 말씀하십니다.(마태 10,40–42 참조) 우 리가 직접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 못하더라도, 그 말씀 을 전하는 사람에게 동의하고, 그를 응원하며 지지한다면 이미 하느님의 구원 사업에 동참하는 셈입니다.

 

일상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증언하며 살아가는 아름다 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하느님을 환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순간 우리 역시 이미 하느님의 일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받을 은총과 축복 도 함께 받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을 통해 우리도 하느님 과 일치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는 사람으로 변화합니다.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 다.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보는 사람은 마침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됩니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듯,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보는 믿음은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드러낼 것입니다. 그렇게 하느님 나라는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 를 통해서 자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