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를 낮추세요
어느 날부터 탁구를 배우게 되었다. 처음 잡아보는 셰이크핸드 라켓을 신나게 휘두르니 공은 멀리 날아가거나 네트에 걸리기만 한다. 계속 라켓을 돌려보지만, 공 따로 라켓 따로 논다. 개인레슨을 받으면서 코치로부터 수시로 “자세를 낮추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초보자는 대체로 자세가 뻣뻣하게 서 있다. 하체 중심을 잡고 네트 높이까지 자세를 낮추면 공이 훨씬 잘 들어가지만, 처음부터 낮은 자세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자세를 낮추라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어느 순간 아프리카 구호 활동을 갔을 때 경험이 연상되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의 빈민 지역인 뉴 타파라. 작은 양철집 대문을 열자 두 다리가 없어 휠체어에 앉은 찬타피아가 반갑게 맞아준다. 옆에 있던 아내 도로시도 환한 표정으로 맞아주는데 그녀도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해 보이지만 부부는 버려진 어린아이들을 돌보는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사람은 고통을 겪지만 때로 고통을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신체장애는 정신적 행복의 한 형식이라고 말하는 찬타피아와 도로시부부. 걸을 수 없다 보니 그들은 낮은 세상만 바라보고 살았다. 작은 아이들을 좋아하고 땅에서 자라는 작은 식물과 생물들에 관심이 많았다. 조그만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고, 땅콩버터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고, 또 병아리를 키워서 보육원 살림을 지탱해 왔다. 찬타피아의 얼굴에는 나이에 비해 굵고 짙은 주름이 잡혀 있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아이들을 닮아 순수하고 맑았다. 도로시 역시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장애로 인해 아주 낮은 삶을 살았지만, 부부는 하느님께서 주신 장애를 은총으로 여기며 행복해했다.
일 년 가까이 레슨을 받으면서 나의 탁구 실력이 조금씩 늘어났다. 폼이 잡히면서 꼿꼿하게 서서 팔로만 치던 모습은 사라지고 네트까지 내려오는 낮은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내키지 않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하루는 열이 38.9도까지 올라가면서 치아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당장 치과에 가보라고 했으나 이틀이 지나자 치아 통증은 가라앉았다. 그래도 치과에 가보란다. 안 아픈데 굳이 치과에 가야 하나... 결국 아내의 뜻에 따라 치과를 방문하였고 급기야 발치까지 하게 되었다. 아내는 내가 탁구장에 계속 다니더니 성경 말씀대로 낮은 자세를 배워서 배려심이 좋아졌단다!
“자세를 낮추어라.” 탁구장에서 배운 대로 생활 속에 실천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낮은 자세는 달리 말하면 겸손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고, 상대방과 일치하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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