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틀을 깨고, 진리의 영과 함께 머무십시오
김민엽 프란치스코 신부님(장애인사목부 전담)
우리는 각자 삶의 자리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 안에서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과 불편함을 겪기도 합니다. 삶의 무게가 버거워 “왜 이렇게 힘들까?”라고 자문할 때, 우리는 그 원인이 외부가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음을 발견하곤 합니다. 바로 스스로 만들어 놓은 ‘나의 기준’ 즉 ‘나의 틀’ 때문입니다.
내가 정한 기준에서 상대가 조금만 어긋나도 우리는 마음의 평화를 잃습니다. 세상 논리에 뿌리를 둔 이 틀은 ‘받은 만큼 주겠다’는 계산과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고집으로 단단해져 있습니다. 사실 이 틀의 실체는 우리의 욕심입니다. 이 욕심 때문에 우리는 사랑의 문제에서도 저울질을 멈추지 못합니다. “어떻게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나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는 너를 사랑할 순 없어”라며 세상의 눈으로 손익을 따지는 고정된 틀 안에서 우리는 참된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고 고립되곤 합니다.
부활 제6주일, 예수님께서는 이 답답한 틀을 깨뜨릴 열쇠를 우리에게 쥐여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계명은 세상의 논리와 다릅니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기꺼이 나의 좁은 틀을 내려놓고 그분의 말씀을 따르는 것, 그것이 참된 사랑의 시작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낡은 틀을 깨뜨리는 아픔을 겪을 때, 주님께서는 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하며 힘을 주시는 ‘다른 보호자’, 곧 ‘진리의 영’을 보내주십니다. 세상은 보지도, 알지도 못하는 그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며, 우리가 주님 안에 있고 주님이 우리 안에 계시는 신비로운 일치를 깨닫게 해 주십니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해집니다. 내 안에 잘못 세워진 세상 논리의 틀, 욕심과 이기심의 틀, 미움과 불신의 틀을 성령의 도우심으로 말끔히 깨뜨리는 것입니다. 나의 완고한 기준을 고집하는 대신 주님의 사랑을 삶의 기준으로 삼을 때,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를 감싸고 주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우리에게 드러내 보이실 것입니다. 부활 시기를 마무리해 가는 이 시기, 우리 모두가 내 안의 낡은 틀을 허물고 우리 안에 계신 진리의 영과 함께 참된 사랑의 길로 기쁘게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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