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로마 5,5) | 최상훈 유스티노 신부님(홍보위원회)

松竹/김철이 2026. 5. 10. 10:00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로마 5,5)

 

                                                                                  최상훈 유스티노 신부님(홍보위원회)

 

 

오늘 첫째 독서는 필리포스의 사마리아 선교 이야기를 전합니다. 필리포스는 본래 사도들이 공동체의 봉사를 위 해 선발한 일곱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습니다.(사도 6,1–7 참조) 스테파노의 순교 이후 예루살렘에 큰 박해가 일어나 자 많은 이가 유다와 사마리아 지방으로 흩어졌고, 필리 포스도 사마리아로 내려갑니다.(사도 8,1–4 참조)

 

이 박해는 큰 시련이었지만, 역설적으로 복음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흩어진 이들이 머무는 곳마다 말씀을 전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독 서의 배경인 사마리아는 복음 선포에 결코 쉬운 곳이 아니 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마리아를 지나가실 때 환대를 받지 못하셨던 것처럼,(루카 9,51–56 참조) 유다인들과 사마리 아인들 사이에는 오랜 불신과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필리포스는 복음을 선포합니다. 사람들은 그가 행하는 표징을 보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더러운 영에서 해방되고 병고에서 벗어 납니다. 이 변화의 끝에 남은 것은 단순한 놀라움이 아니 라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던 천 사가 목동들에게 전해 주었던 바로 그 ‘큰 기쁨’이 사마리 아에도 가득 차게 된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예루살렘 교회는 베드로와 요한을 보 냅니다. 두 사도는 이 새로운 공동체 위에 성령께서 내려 오시기를 기도하고 안수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서 말씀하신 것처럼, 성령께서는 아버지께서 보내시는 보 호자이십니다. 그분께서는 공동체 곁에 머무르시며, 그들 이 주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사도행전은 이렇게 세워진 공동체가 평화를 누리며 굳 건히 세워졌고, 성령의 격려 안에서 주님을 경외하며 살 아갔다고 전합니다.(사도 9,31 참조) 사마리아에 뿌려진 복음 의 씨앗은 성령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평화와 일치의 공 동체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사마리아 선교 장면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 얼 마나 놀라운지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박해라는 어려 운 순간을 복음이 더 넓게 전파되는 시간으로 바꾸시고, 인간적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마저 넘어가게 하십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지닌 희망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 다. 예수님 부활로 우리에게 주어진 희망은 어떤 장애물 앞에서도 결코 힘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에 부어진 하느님 사랑이 이 희망에 끊임없는 생기를 불어넣어 주시 기 때문입니다.(로마 5,5 참조)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 럼, 이 희망은 단순한 인간적 낙관이 아니라 죄와 실패 속 에서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입니다. 우리를 결 코 실망시키지 않는 이 희망으로 언제 누구에게든 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은총을 성령께 청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