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길을 걸어가는 사람
이창주 율리오 신부님(사상성당 주임)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 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 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시인의 <봄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습니다. 엠 마오로 가는 두 제자도 길 위에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이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 기대 하였습니다.”(루카 24,21)마음이 무너진 그들은 주님과 함께했던 자리를 떠나, 실망 속에서 걷습니다. 부활하 신 주님이 함께 걷는 것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슬펐나 봅니다. 그러나 주님은 멈추지 않고 함께 걸으며 사랑 을 가르쳐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 을 떼어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 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4,30) 특별한 곳을 찾거나, 해 보지 않은 기도를 한다고 부활하신 주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 안다고 여겼던 어제의 나를 뒤로하 고, 각자의 엠마오에서 거행되는 이 미사 중에 말씀과 성체를 통해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나 언제나 주님을 내 앞에 모시어 그분께서 내 오른 쪽에 계시니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내 마음 은 기뻐하고 내 혀는 즐거워하였다. 내 육신마저 희망 속에 살리라.”(사도 2,25-26) 그 옛날 다윗의 입을 빌려 부활하신 주님과 성령을 체험한 베드로의 오늘 고백 은, 이 미사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걷고 있음을 깨닫는 우리의 고백이 될 것입니다.
정호승 시인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습니다. “보라. 사 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사람은 더 이상 길을 잃 은 사람이 아니라, 길이 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도 그 분을 만나시어, 누군가에게 따뜻한 봄길이 되어 주시 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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