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 정민식 아벨 신부님(중흥동 본당)

松竹/김철이 2026. 4. 21. 10:00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정민식 아벨 신부님(중흥동 본당)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 다”(루카 24,16).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는 예수님의 죽음 이후 깊은 절망과 혼란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부활 소식을 들었음에도, 그들의 마음과 눈은 여전히 슬픔에 잠겨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예수 님께서는 이러한 제자들 곁으로 다가와 함께 걸 으며 성경을 풀이해 주고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그분의 말씀은 제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 고 타오르게 합니다. 그러나 아직 제자들은 완전 히 그분을 알아보지는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떼어 주시는 바로 그 순간, 제자들의 눈이 열리고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보 게 됩니다.

 

“길에서 그분께서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 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 가!”(루카 24,32)

말씀을 통해 서서히 타오르던 마음이, 성체성 사 안에서 완전히 빛을 발하며 부활하신 예수님 을 선명하게 만나게 됩니다. 이 순간이 바로 부 활의 신비가 삶 속에서 완성되는 체험입니다. 예 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더 이상 슬픔과 두려움의 자리, 엠마오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시 공동체로 돌아가 부활의 기쁨을 전하기 시작합 니다. 우리도 매일 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하지 만, 삶의 문제 앞에서 여전히 부활의 기쁨을 체 험하지 못한 채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께서 정말 나와 함께하시는가?’ ‘기도 하는데도 변하지 않는 이 현실은 무엇인가?’ ‘주 님이 부활하셨다면, 왜 내 삶은 이렇게 버거운 가?’

 

우리는 삶 속에서 주님과 함께 걸으면서도 슬 픔과 실망, 걱정과 불안 때문에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곤 합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말씀과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와 함께 계 십니다. 당신의 말씀으로 우리의 굳은 마음을 녹 이시고 당신의 성체로 우리의 영혼을 일으키시 며 우리 삶 속에서 같이 걷고 계십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엠마오의 제자들처 럼 우리 마음이 ‘다시 타오르는가 하는 것’입니 다.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말씀은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다시 살아나게 합니다. 그분의 말씀으 로 우리의 마음이 타오른다면 우리는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나 슬픔에서 기쁨으로, 좌절에서 희망 으로, 고립에서 공동체로 향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광주대교구 공동체 여러분 지금 우 리의 신앙은 ‘엠마오로 가는 길’입니까? 아니면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길’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