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하늘에서는 영원히 함께

松竹/김철이 2026. 2. 3. 13:25

하늘에서는 영원히 함께


저의 어린 시절이었던 6·70년대에는 사람들이 대부 분 먹고사는 일에 바빴습니다. 모두 닥치는 대로 부지런 히 일하던 시절이었죠. 저희 부모님도 생계를 위해 참 열 심히 사셨습니다. 당시에 아버지는 한약재 사업을 하셨 는데 그 때문에 외국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으셨습니다. 당연히 아버지의 빈 자리는 어머니의 몫이었고, 어머니 의 빈 자리는 장녀인 저의 몫이었습니다. 온종일 일하시 는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건 물론이고 공부도 시켰습니다. 그때는 대부분이 그러했 기 때문에 힘들다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 다. 오히려 동생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커졌을 뿐이죠. 다행히 동생들도 저를 어머니처럼 여기면서 잘 따랐습니 다. 특히, 11살 차이 나는 막냇동생은 제 아들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저를 참 좋아했고, 선했고, 공부도 잘했습 니다. 의대에 진학해서 의사가 될 참이었죠.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그 예쁜 아이가 이른 나이에 병에 걸리고 말았 습니다. 이제 막 대학 생활의 달콤함을 맛보고 미래를 꿈 꾸며 희망에 부풀 나이에 말입니다.


어머니와 저는 병간호를 하며 어떻게든 막냇동생을 붙 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은 보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바뀌어 갔고, 몸도 마음도 지쳐만 갔습니다. 그때, 저희에게 위로가 되어 주 신 분은 병원에 계신 수녀님이셨습니다. (이것도 주님의 계획 이었는지, 동생은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수녀님 덕분 에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었지만, 너무나 원망스럽게도 이제는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 찾아오고야 말았 습니다. 그때, 자식을 먼저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하는 저희 어머니가 안타까우셨는지 수녀 님은 조심스레 세례받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이 세상의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먼 훗날 하늘에서는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만날 수 있다 고요. 수녀님의 말씀을 들은 어머니는 곧바로 막냇동생 과 함께 세례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세례받기를 권하셨죠. 저 역시, 하늘에서 다시 동생을 만날 수 있다 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막냇동생 덕분에 ‘소화 데레사’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남들은 하늘로 먼저 간 가족을 꿈에서라도 가끔 본다 던데 저는 여태껏 꿈에서도 막냇동생을 만난 적이 없습 니다. 한 번이라도 좀 찾아올 만도 한데 말이죠. 꿈에서 도 보지 못하는 동생이지만 하느님께서 분명 하늘 나라 에서, 저와 막냇동생을 영원토록 함께하게 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 사는 동안, 동 생을 보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잘 버틸 수 있을 거 같 습니다. ‘우리 하늘에서는 오래오래 영원히, 함께하자!’


글·구성 서희정 마리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