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어둠 속에서 비로소 마주한 빛

松竹/김철이 2026. 1. 24. 16:29

어둠 속에서 비로소 마주한 빛

 

 

평생을 무신론자로 살아온 내게 인생의 첫 번째 거대한 벽 은 '재수'라는 이름으로 찾아왔다. 함께 교복을 입고 깔깔거 리던 친구들이 저마다 대학 캠퍼스의 낭만이나 사회의 첫발 을 내딛는 설렘을 이야기할 때, 나는 갈 곳을 잃은 채 방황 하는 존재가 되었다. 세상의 속도에서 나만 뒤처졌다는 박탈 감은 생각보다 더 답답하게 나를 조여왔다. 가톨릭 신자이 신 어머니를 보며 당시의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으로 무작정 성당을 찾았다. 어머니가 세례를 받으셨던 그 성 당을 찾아 예비신자 교리 공부를 시작했다. 나의 재수 생활은 그 렇게 단순해졌다. 입시 공부와 성당, 이 두 축이 내 삶의 전부가 되었다. 평일에도 마음이 불안 의 파도에 휩쓸릴 때면 성당을 찾았다. 기도를 올린다고 해서 당장의 불안이 씻은 듯 사라지 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안의 소란을 고백하며, 오직 하느님만을 신뢰하기로 마음먹 었다. 또한 내가 하는 작은 선행이 언젠가 내게 축복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타인을 향한 친절과 선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생생한 기억이 있다. 입시 학원 수업이 끝나고 유난히 마음이 무거웠던 날, 나는 이끌리듯 성체조배실로 향했다. 어린이 미사가 끝난 뒤의 북적거림을 뒤로하고 홀로 그 작은 방의 고요함에 발을 들였다. 어두운 성체조배실 안, 십자가 위의 예수님을 바라보는 순간 둑이 터진 듯 눈물이 쏟아졌다. 무엇이 그리 서러웠는지, 나는 두 손을 꼭 쥔 채 소리 없 이 울고 또 울었다. 신기하게도 한 시간이 넘도록 아무도 그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하느 님께서 "지금은 오직 너와 나만의 시간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문을 막아주신 것만 같았다. 성 경 지식도 부족하고 신앙의 깊이도 얕았지만, 나는 간절함을 담아 세 가지 기도를 바쳤다.

 

"하느님, 제가 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해주세요. 선과 악을 구분하며 진심으로 선을 행 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합당하게 살 아가게 해주세요."

 

여전히 나는 인생의 정답을 다 알지 못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정한 지혜가 무엇 인지 고민하며 때로는 스스로 세운 절제의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내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 다. 하지만 그날, 눈물로 범벅이 된 채 성체조배실을 나섰을 때 세상은 이전과 전혀 다르게 보 였다. 들어갈 때의 불행과 자기연민은 온데간데없고, 세상은 눈부시게 환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금만 더 견디면 된다, 결국 선한 의지는 너에게 돌아올 것이 다."라는 확신이 차올랐다. 한 달 내내 무너져 있던 내 마음의 기둥을 하느님께서 다시 세워 주신 것만 같았다.

 

이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세례를 받았다. 지난날의 방황과 오만을 회개하며 맞이한 세례 식은 내 인생의 거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기적처럼, 희망하던 대학에 합격했고, 이제는 대학생 으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길은 여전히 모호하고 때론 어렵지 만,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님을 안다. 사회적 약자를 향해 손을 내밀고 어제보다 조금 더 지혜로 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나는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느낀다. 고난은 나를 무너뜨 리려 왔으나, 하느님께서는 그 고난을 통해 나를 당신의 품으로 인도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