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행복한 까치

松竹/김철이 2026. 1. 3. 15:00

행복한 까치

 

 

하늘을 보면 떼 지어 이동하는 기러기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따뜻 한 곳을 향해 길을 떠나는 그들의 날갯짓은 참 경이롭습니다. 수만 킬로미터를 지혜로운 대 열로 힘차게 날아가는 풍경을 보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순명과 신비를 다시금 떠 올립니다.

 

문득, 확신을 갖고 이동하는 철새들의 여정이, 단 하나의 별빛을 따라 길을 나섰던 동방박사 들의 믿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성당을 순례하며 미 사를 드렸습니다. 하느님께서 흙으로 인간을 저마다 다르게 빚으셨듯, 각기 다른 성전을 보 고 묵상하며 다양한 공동체를 만났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제 신앙이 어떠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서 있는지를 더 깊이 성찰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든 미사에 참례하는 것만이 온전한 신앙의 답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속 해 있다’라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나그네새처럼 방황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 다 실천의 중심도 약해지곤 했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스스로 묻다가도, 그 질 문을 붙들 용기가 없어 외면하며 보낸 시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정처를 찾지 못하던 어느 날, 중학생 아들과 길을 걷다가 나무와 보도블록 위를 노니는 까치 몇 마리를 보았습니다.

“엥, 까치잖아.”

흑색과 백색의 조화로운 몸과 푸른빛이 감도는 깃털을 가진 텃새 이지만, 주변을 제 집인 양 총총거리는 모습이 철새의 숭고함에 비하면 그저 평범하고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때 아들이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기러기들은 좋아하시면서, 왜 까치는 그냥 지나치세요?”

“그거야 항상 자주 보이는 새니까.”

“저는 늘 가까이에 있으면 더 소중할 것 같은데….”

 

그 순간 까치가 언제나 하느님께 가까이 머물며 그분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을 비추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무엇을 더 얻기 위함이 아니라, 이미 주어지고 있는 은 총을 겸손히 알아차리며 살아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 경배드리기 위해 멀고 먼 발걸음을 했던 동방박사들과 같은 ‘철새의 신앙’과, 사시사철 자리를 지키며 하느님의 시간 을 살아가는 ‘텃새의 신앙’도 그분께서는 모두 흐뭇하게 지켜봐 주시리라 믿습니다.

 

새해엔 아이들이 까치를 찾고, 어른들은 서로 안부를 묻습니다. 그래서인지 까치는 온 동네 를 오가며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처럼 다가옵니다. 분명, 2026년은 하느님의 보살피심 안에 서 기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대림 시기의 은총을 가득 안고, 다시 관 할 본당이라는 둥지 안에서 평온하고 귀한 신앙을 맛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러기의 용기와 까치의 성실함을 함께 품고 싶습니다. 매 순간 주님 곁에서 일상의 감사와 찬미로 날갯짓하고, 재잘재잘 하루를 채워가는 행복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청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