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보따리

신앙 이야기 | 아픈 마음 위에 - 내리신 빛

松竹/김철이 2026. 1. 17. 15:30

아픈 마음 위에 - 내리신 빛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3월의 그 주일!" 유행가 첫머리처럼 제 마음에 콕 박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있습니다.

 

지난해 봄, 저와 제 가족은 깊은 고통 속에 있었습니다.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하루 하루 버티기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엄마, 하느님께 마음을 기대보고 싶어요."

전 그 말을 듣고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 성당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제게 편안함보다 두려움이 먼저인 공간이었습니다. 어두운 성전, 낮은 조명, 낯선 냄새와 목소리들…. 어린 마음에 하느님이 무섭고 멀게만 느껴졌 습니다. 그 뒤로 성당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 기억 때문에 쉽게 다시 마음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식을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요? 오랜 고민 끝에, 두려운 마음을 꾹 누르고 산곡동 성당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50년 만에 다시 들어선 본당. 문을 여는 순간, 눈이 부실 만큼 환한 성당이 저를 평온 하게 감싸 주었습니다. 어둡고 답답했던 기억은 썰물처럼 멀어져가고, 대신 밝고 따뜻 한 사랑의 빛이 저를 감싸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낯선 사람들 속에서 나와 내 가족이 머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고, 저는 사람들을 따라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했습니다. 주변 신자들을 흘깃거리며 기도문 을 웅얼거렸습니다. 그러다 신부님의 강론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어떤 복음을 전해주 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공동체’에 대한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교회 공동체도 사람이 모인 곳입니다. 신성한 이들만 있는 곳이라 기대하다 실망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약한 존재입니다.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습니다. 하 지만 그 약함을 함께 보듬는 것이 바로 공동체입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제 마음의 긴장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그래, 나같이 부족한 사람 도 함께할 수 있겠구나.' 부끄럽던 마음이 한결 더 편안해졌습니다. 이윽고 영성체 시간 이었습니다. 봉사자께서 "예비자는 성체를 모시지 않고, 가슴에 손을 모아 신부님의 축 복을 받으면 됩니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한발 한발 신부님께 다가설 때, 제 가슴은 마구 뛰었습니다. 고개를 숙이자, 신부님의 따뜻한 손길이 제 머리 위에 닿았습니다. 온 몸에 전해지는 평온함에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그다음 주 미사 시간에 작은 소란이 일었습니다. 교우들이 자리 문제로 다투며 서로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신부님의 말씀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 곳도 사람이 모인 곳이었지. 그래서 더 열심히 모여서 기도하는가 보다.' 제게 교회 공 동체는 그렇게 다가왔고, 신부님의 말씀은 제 마음의 등불로 남아 있습니다.

 

종종 남편과 그때 일을 이야기합니다. 저희가 마음을 열고 교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해 주신 그 말씀에 늘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아간 게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불러주신 건 가봐."

 

고통의 시간 속에서 만난 따뜻한 빛.

그 손길이 우리 가족의 길을 밝혀주고 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