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가는 우리
기쁨과 축복의 성탄을 지내며, 하느님께 순종하여 아들을 낳고 일생을 희생으로 살아가신 성모님을 떠올 리며 저도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새벽마 다 기도하시고 매일 성경을 읽으며 신앙의 모범을 보여 주시는 저희 어머니는 올해 88세이십니다. 별명은 ‘걸 어 다니는 종합병원’일 만큼 아프지 않은 곳이 없으시 지만, 여전히 자녀들을 위해 김장 김치를 담아 보내주 십니다. 자식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불효녀였습니다. 대학 시절, 저를 기다리시느라 골목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했고, 친구들과 어울리 느라 ‘엄마’라는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드린 적도 많지 않 았습니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비로소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어머니께서 넘어지셔서 회복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신 뒤, 저희 자매들과 딸아이가 함께 엄마와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 다. 저희는 그곳에서 꽤나 만족스런 여행을 하였고 저도 모처럼 효녀 노릇을 한 듯해 딸아이게 여행 소감을 물었 습니다.
그러나 딸은 “할머니를 위한 여행이 아니었다.”라는 충격적인 답을 주었습니다. 모두가 할머니의 건강을 알 고 있었음에도, 할머니의 속도를 배려하기보다는 우리 의 속도에 맞추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행 내 내 저희 자매가 가장 많이 한 말은 “힘드니까 여기 계세 요.”, “좀 빨리 걸어보세요, 참아보세요.”였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너희들끼리 갔다 와라.”, “난 괜찮다.”를 반복 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를 위한 여행이었지만, 할머니를 뺀 여행이 되 고 말았다는 딸아이의 말에 저는 부끄러움을 느꼈습니 다. 다음에 제가 나이가 들어 딸과 함께 여행을 간다면, 같은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내가 아이의 거울이 되고, 내가 분별 하지 못할 때는 아이가 나의 거울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모님을 바라보며 기도하면서 인자한 미소가 닮은 엄마를 생각합니다. 자녀가 잘될 때도, 실수를 할 때도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는 따뜻하고 변함없는 마음을 가 지신 어머니. 수많은 고난과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 고 믿음을 지키며 헌신적인 삶이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 지 알려주신 어머니… 성모님의 미소를 바라보며, 나도 언젠가 저런 미소를 지닌 할머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 봅니다
'세대간 소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말씀의 이삭 | 내 마음의 사춘기를 끝낸 다섯 글자, ‘자원봉사자’ (1) | 2026.01.20 |
|---|---|
| 누룩 | 작가의 물고기 (1) | 2026.01.17 |
| 누룩 | 새 사제 모토 및 감사인사, 강명제 하상바오로 신부님, 김성훈 요셉 신부님 (0) | 2026.01.08 |
| 말씀의 이삭 | ‘너 때문이야’, ‘네 덕분이야’ (0) | 2026.01.06 |
| 누룩 | 선포와 나눔의 해 (1) | 2026.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