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이야’, ‘네 덕분이야’
새해를 맞이하다 보면 마음가짐을 여러 번 새롭게 하 게 됩니다.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대림 첫 주일에 한번, 새해 첫날에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날에 다시 한번. 이렇게 한 해를 맞이하며 결심의 기회를 세 번이나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는 시계 시간표 를 만들어 새해를 맞이했었고, 요즘엔 만다라트나 기도 실천표 등 나만의 방법으로 계획을 세우며 한 해를 시작 합니다.
그리고 민수기 6장의 축복 기도를 꼭 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 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 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이 기도 문 중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라는 구절에서 는 잠시 멈추어 우리 가족의 이름과 저의 이름을 넣어 축 복합니다. 축복받고, 또 축복을 나누고 싶은 저의 간절한 소망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새해가 되면 저희 가족은 1년을 살아가는 모토를 정하 곤 합니다. 작년의 모토는 ‘네 덕분에’였습니다. 사순 시 기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검정 계통의 옷을 입은 신자들 사이에서 화려한 주황색 겉옷을 입고 나타난 남편을 보 고 처음에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러나 가족 의 모토인 ‘네 덕분에’를 떠올리며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가 “당 신이 사순 전례에도 함께해 주니 기분이 좋네요. 주황색 옷 덕분에 눈에 띄어 찾기 쉬웠어요.”로 바뀌니, 다툼 대 신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덕분에 남편과 대화도 부드러 워지고 서로를 이해할 뿐 아니라 고마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딸아이 역시 직장에서 힘든 일을 겪을 때, 처음에는 ‘000 때문에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곧 ‘000 덕분 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면 서 한결 편안해졌고, 오히려 그분이 고맙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 때문에’보다는 ‘~ 덕분에’라는 표현은 마치 하 느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시는 말씀처럼 느껴집니다. 미사 때 드리는 ‘내 탓이오.’라는 자기 성찰의 고백도 그 사실 을 반증하는 한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 관계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평화를 누 린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잘못보다는 누군가를 탓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기기 때문이지요. 또한 기분 에 따라 태도가 좌지우지되기도 하고, 잘못했을 때 정확 히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지 몰라 주저할 때도 있습 니다. 그러나 좋은 것을 나 때문이 아닌 너의 덕택이라고 고백하는 그 축복은 새 힘을 얻게 하는 능력을 줍니다. 축복은 우리의 삶에 위로와 힘이 되어 줍니다. 모두 새 해에는 하느님의 깊은 축복과 은총이 항상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1월 교황님의 기도 지향 박미정 노엘라 | 작가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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