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누룩 | 직반인의 삶

松竹/김철이 2025. 6. 7. 11:35

직반인의 삶

 

 

몇 년 전 유행했던 ‘연반인’이라는 말이 있다. 유튜브 콘텐츠 진행으로 유명해졌던 한 방송국 PD가 자신은 연예인만큼의 인지도를 얻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지만 정작 방송국 직원으로 연차에 맞는 월급을 받 고 살아가기에 ‘연예인 반 일반인 반’ 둘의 사이에 걸 쳐있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뜻으로 했던 말이다.

 

성당 혹은 범위를 조금 넓혀 우리 교회의 아이들을 만나는 나의 위치도 딱 그와 같다. 일상의 삶은 교구 중고등부 담당자로서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인으로 보내다, 매주 본당으로 돌아가면 다른 교리교사 선생 님들과 다름없이 제시간을 쪼개어 아이를 만나는 교 회 공동체의 봉사자가 되는 직업반 봉사반 ‘직반인’의 삶을 살고 있다

 

유독 동갑내기 또래가 많았던 성당의 동기들과 보낸 학창 시절의 추억, 그리고 그 행복함을 이어가고 싶어 대학생 시절을 불태웠던 교리교사 활동. 그때만 해도 막연히 행복하게 아이들을 만나고 성당에서 봉사하는 일 자체가 너무나 큰 즐거움이었기에 오래도록 삶의 일부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것이 일이 되는 순간 더 이상 막연히 즐거 울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내가 하는 일은 교 구의 교리교사들과 청소년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 는 일이어야 했고, 나의 노력이 그들의 신앙생활에 있 어 좋은 자양분과 불씨가 되어 주어야 했기에, ‘잘’ 해 야만 했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몫이었고, 나의 일에 대한 책임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지금껏 본당의 교리교사를 놓지 못하는 이유 는 본당에서의 봉사만큼은 순수하게 아이들을 만나던 20년 전의 나의 원점을 잊지 않게 해주는 이정표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에 더해 교회 공동체가 나라는 사람을 길러주었듯 나의 아이도 교회 공동체 의 보살핌으로 언젠가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 으리라는 믿음으로 그가 자랄 텃밭을 가꾸는 마음도 함께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교리교사로 봉사하는 시간은 결국 나를 바로 세우고 ‘일로 만난 사이’인 이들에게도 교리교사의 마음을 잃 지 않고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으로서 오늘의 나를 살게한다. 그리고 나의 일에 대한 책임감은 내가 공동체 안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그들의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결심으로 드러난다.

 

이 두 개의 정체성이 나를 혼란하게 하는 어긋남이 아닌 나를 올바로 서게 하는 두 다리와 같은 버팀목으 로 굳건해 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